부추연 > 어제 들어온 제보 > 두 배 받아먹는 코레일 도시락값

▲ 편의점에서 판매중인 3900원짜리 도시락(왼쪽)과 코레일관광개발이 판매하는 1만원짜리 도시락(오른쪽) /코리아세븐, 코레일관광개발 제공

KTX와 일반 열차에서 판매되는 1만원짜리 도시락이 편의점에서 4000원대에 판매하는 도시락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도시락 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코레일관광개발이 KTX와 일반 열차에서 파는 1만원짜리 도시락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4000원대 도시락과 큰 차이가 없다.

코레일관광개발이 KTX와 일반열차에 납품하고 있는 도시락은 청매실떡갈비(1만원), 단호박두부스테이크(7500원) 등 6종이다. 이 중 가장 저렴한 치킨치즈덮밥(5000원)과 불고기치즈덮밥(5000원)은 KTX산천과 일반열차에서만 판매된다.

코레일관광개발은 홈페이지에 6개 메뉴를 판매하고 밝혔지만 실제 판매하는 제품 숫자도 2종 정도에 그쳤다.

GS25가 판매하는 ‘진수성찬 도시락(400g)’은 고기산적, 치킨가라아게, 돼지불고기 등 7개 반찬으로 구성되는데 가격은 3500원으로 절반도 안된다.

또 세븐일레븐이 판매중인 3900원짜리 ‘7찬 도시락(424g)’은 통치킨, 소시지, 미니돈까스, 제육볶음, 등 7개 반찬으로 들어 있다.

한 도시락 업체 관계자는 “청매실떡갈비의 경우 순수원가 2000원대 수준으로 보이고, 노무비와 배송비를 합쳤을 때 3000원대까지 올라갈 것 같다”며 “만약 편의점에서 판매한다고 하면 4500원대 정도”라고 말했다.

이달 2일 KTX에서 청매실떡갈비 도시락을 구매한 조모(27)씨는 “KTX 내에서 구매한 1만원짜리 도시락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4000원짜리 도시락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라며 “열차에서 별다른 선택권이 없어 참고 먹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열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다 보니 편의점 도시락 생각이 절로 났다”며 “열차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가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함형석(25)씨 역시 “메뉴는 6가지로 돼 있지만 정작 열차를 탔을 때 판매 중인 도시락은 1만원대 도시락 2종류 뿐이었다”며 “한 번 열차 도시락을 먹은 이후로는 기차를 탈 일이 있을 때 마다 끼니거리를 미리 구매한다”고 말했다.

열차에서 파는 도시락이 시중보다 비싼 이유는 코레일관광개발이 열차내 판매권을 독점해 경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열차 내 도시락 판매에 경쟁이 없다 보니 코레일관광개발이 비싼 가격을 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일반 업체들이 열차내 도시락 판매에 참가한다면 훨씬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관광개발 관계자는 “열차는 일반 소매점과 달리 제품 가격에 상하차 비용이 포함되고, 주문예약을 받는다는 점도 가격상승 요인”이라며 “도시락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공개입찰을 거쳤기 때문에 독과점 논란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KT&G가 고속도로 편의점과 군대 PX 등에 국산담배만 팔게하는 등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보고 과징금 25억원을 부과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열차 내 도시락 독점판매 문제도 조사할 지 관심을 갖고 있다.

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려면 부당지원행위가 있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법 위반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