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조대 아저씨들, 그러시면 안되죠!
[오마이뉴스] 2007년 06월 13일(수) 오전 09:17 가 가| 이메일| 프린트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 한강 광나루지구 천호대교 주변에서 기름을 제거하고 있는 중앙119구조대.
ⓒ2007 원규식
▲ 보트를 차에 실고 현장을 떠나려는 중앙119구조대.
ⓒ2007 원규식
국민 안전을 지켜야 할 119구조대가 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일이 발생했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원규식(37)씨는 지난 토요일(9일) 어머니와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기 위해 한강으로 향했다. 화창한 휴일 가족과 함께 외출에 나선 원씨의 기분은 날씨만큼이나 상쾌했다. 그러나 한강 광나루지구 천호대교 밑을 지나면서 원씨는 인상을 찌뿌리기 시작했다.
중앙119구조대의 ''잔머리'' 행태를 목격한 것이다. 이날 중앙119구조대 소속 대원 8명은 천호대교 인근 한강에서 여름철 홍수 대비 훈련을 했다. 이 훈련에는 공기부양정과 모터보트 등 중앙119구조대 소유의 보트 3대가 동원됐다.
원씨의 기분을 나쁘게 한 사건은 이들이 훈련을 마친 오후 2시께 발생했다. 중앙119구조대가 훈련에 사용했던 보트 한 대에서 기름이 유출된 것이다. 천호대교 밑 한강변 일부 수면은 기름으로 번들거렸다. 원씨는 당연히 훈련을 마친 중앙119대원들이 기름띠를 제거할 줄 알고 아들과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러나 중앙119 대원들은 기름을 제거하기는커녕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당한 일을 벌였다. 보트 2대를 차로 옮기고 남은 보트 1대의 모터를 공회전시켜 기름띠를 분산시킨 것이다.
이에 원씨와 주변의 시민들이 "기름을 제거해야지 왜 잘못을 숨기려 하냐"고 중앙119대원들에게 항의했다. 이들은 그 때서야 차에서 흡착포를 꺼내 기름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흡착포를 갖고 있으면서도 처음부터 원칙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모터 공회전으로 기름띠 분산 ''잔머리''
게다가 천호대교 주변 한강은 상수원 보호 지역이다. 한강관리사업소는 "잠실대교 상류부터는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오염 방지에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씨는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현장을 지켜보는데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다시는 그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원씨의 아들 원준군은 그날 일기장에 아래와 같이 썼다.
"소방관 아저씨들은 흘린 것이 아니라 우긴 것이 나빴다. 아버지께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저씨들이 빨리 기름때를 없애지 않고 모터를 이용하여 기름이 한강 넓은 곳으로 다 흘러 나가게 했다. 그래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가 먹는 식수인데 소방관 아저씨들은 약수 떠다가 드시나?"
이와 관련 중앙119구조대의 한 관계자는 "사적인 레저 활동이 아니라 공무상 훈련을 하던 중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앞으로 같은 사건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 119대원들에게 신뢰를 보내준 시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 원준군이 쓴 일기장
ⓒ2007 원규식
▲ 시민들이 기름을 제거하는 중앙119구조대를 바라보고 있다.
ⓒ2007 원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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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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