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청렴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이 국제회의나 해외 워크숍(연구모임)에 참석하면서 실제 회의 기간보다 1~7일씩 더 머무르며 출장비를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부패방지 업무를 담당하는 청렴위 공무원들이 외유성(外遊性) 출장을 다녀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청렴위가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청렴위 공무원들이 다녀온 공무관련 해외출장 38건 중 본래 출장 목적인 행사보다 4일 이상 현지에 더 머무른 출장이 7건(14명)에 달했다. 7건의 출장에 소요된 예산은 모두 5500여 만원에 달했다. 나머지 출장도 거의 대부분 실제 행사보다 1~3일씩 길었다.
김모 관리관 등 3명은 작년 11월 ‘유럽 3개국의 사정기구 감찰활동 실태파악’이란 주제로 10일간 1609만원의 예산을 쓰고 현지에 다녀왔다. 그러나 귀국 후 김 관리관 등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정기구 방문은 출장기간 중 단 사흘에 불과했고, 그것도 매일 반나절씩이었다. 나머지 일정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정모 단장 등 2명은 지난 6월 프랑스에서 열린 OECD회의에 참석한다며 852만원의 여비를 받아 6일간의 출장을 다녀왔다. 그러나 OECD회의는 단 이틀에 불과했다.
귀국 후 출장보고서도 상당수가 무성의하게 3~4쪽만 작성돼 있거나, 기념사진이나 일정을 나열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정책총괄팀 허모 서기관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단 이틀간 열린 회의에 참석한다며 7일간 머무르고 289만원의 출장비를 썼다. 허 사무관은 귀국 후 3쪽짜리 결과 보고서를 올렸다. 보고서 한 쪽에 100만원 가까이 들어간 셈이다.
청렴위 관계자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이 필요하고 미리 가서 현지에서 자료조사를 할 시간도 필요해서 며칠씩 길어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나 의원은 “청렴을 가장 중요한 잣대로 삼아야 할 청렴위 공무원들이 외국에서 혈세를 낭비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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