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Y, "보도자료만 보고 쓰지 취재는 왜 해"
김상덕 기획국장 어이없는 발언...험란한 Y개혁 현실 입증
▲서울YMCA는 7월 4일부터 이틀간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제21회 사업연구회를 열
었다. 이날 취재를 하기 위해 사진촬영을 하던 기자는 박재창 교수의 주제강연 중
'내부행사이니 기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취재를 중단해야 했다.
ⓒ뉴스앤조이 최소란
서울YMCA(강태철 회장)가 기자들에게 홍보 및 보도를 부탁한 행사에 막상 기자들이 취재에 나서자 이를 거부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서울YMCA는 7월 4일부터 이틀간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제21회 사업연구회를 열었다. 사업연구회는 이사·감사·위원·실무자들이 서울YMCA가 직면한 문제와 사회 흐름을 분석하고, YMCA가 나아갈 방향과 사업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사업연구회는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서울YMCA의 자기갱신과 4개혁의 방향 및 과제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다. 최근 서울YMCA 내부 개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헌장개정·개혁·여성 등 3개 특별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론을 벌일 예정이어서 어느 해보다 관심을 모았다.
박재창 교수(숙명여대)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 서울YMCA 운동의 혁신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을 때, <뉴스앤조이> 기자 2명이 강연장에 도착해 취재에 들어갔다. 기자들을 지켜보던 기획부 실무자 이 아무개 씨가 기자를 복도로 불러내 돌아가라고 했다. 이 씨는 한참을 이리저리 말을 돌리다가, “기자들을 부르지도 않았고, 사전에 외부에 공개할지 여부도 결정하지 않았다”면서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 씨 외에도 서울YMCA 직원협의회 소속 실무자 서너 명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기자와 격론을 벌이다가 “위에서 명령한 일이다”고 말했다.
거짓말에 책임 떠넘기기까지
저녁 식사 전에 <뉴스앤조이> 기자들은 실무 책임자인 김상덕 기획국장을 만나, “취재를 요청하는 보도자료를 보내놓고, 막상 기자를 이유도 없이 돌아가라고 하냐”고 따졌다. 김 국장은 “우리가 부른 일도 없다”면서 “누가 보냈는지 그 사람하고 얘기하라”고 책임을 부하 직원에게 떠넘겼다. 기자가 “실무 책임자로서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더욱 거세게 항의하자, 이번에는 “보도자료만 보고 쓰면 됐지 왜 왔냐”고 대꾸했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어이가 없어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말들은 시민운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맏형’이라고 자부하는 서울YMCA의 활동가로서는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이다. 우선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김 국장과 실무자 이 씨는 “취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태철 회장은 6월 26일 서울YMCA 회장 취임 기자회견 끝에 사업연구회가 있다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며칠 뒤 기획부는 기자들에게 전자우편으로 사업연구회를 취재해달라는 보도자료를 보냈다.
기자가 이러한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자 김 국장은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하고 대답했다. 자기가 책임지는 부서에서 보도자료가 나갔는데 너무도 당당하게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직무태만 아닌가. 김 국장이 “어떤 보도자료가 나갔는지 보고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서울YMCA 이름으로 나간 보도자료는 서울YMCA 입장을 공개하는 중요한 통로다. 실무 책임자라면 쉽게 “모른다”고 하기 이전에 자신의 통솔력을 의심해 볼 사안이다.
▲서울YMCA는 지난해 10월에도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비판적인 언론사의 취재를
통제했다. ⓒ뉴스앤조이 최소란
“언론은 홍보지가 아니다”
시민운동가로서 “보도자료를 보고 쓰면 되지 왜 왔냐”고 말하는 것은 막말에 가까운 표현이다. 누군가 시민운동가에게 “시민을 만나지 말고 책상에서 운동하라”고 한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 시민들과 호흡하지 않는 시민운동은 죽은 운동이라고 하지 않는가. 언론도 마찬가지다. 현장에는 가지 말고, 단체에서 보내주는 보도자료만 앵무새처럼 재잘거리라고 한다면, 언론으로서 죽으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따라서 김 국장 말은 언론을 자신들의 홍보지 정도로 업신여기는 태도가 깊게 베어있다. 언론에 나갈 서울YMCA 모습을 사전에 검열하겠다는 좋지 못한 뜻도 들어있는 말이다.
서울YMCA가 이렇게 언론을 무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비자금 조성과 김수규 전 회장 사퇴배후조종 의혹을 받던 표용은 전 이사장이 특별한 설명 없이 언론사 5곳하고만 인터뷰하겠다면서, <뉴스앤조이>를 비롯해 그 동안 서울YMCA의 내부 문제를 지적했던 신문사 기자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는 것을 막은 일이 있다. 이외에도 기자들이 서울YMCA 개혁과 관련된 문제를 취재하면, 직원협의회와 이사, 간부들은 “밖으로 알리는 것은 YMCA답지 못한 행동이다”며 침묵했다.
작년 여름부터 최근까지 서울YMCA는 기자들의 눈과 귀를 막고서, 비자금을 조성했던 김윤식 전 국장과 기독교방송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았던 권호경 목사를 차례로 회장에 앉혔다. 그러나 개혁을 부르짖는 실무자, 회원들과 이 문제를 끈질기게 취재했던 기자들 덕분에 이 두 사람은 회장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내부를 개혁할 수 있는 전에 없던 기회를 맞고 있다.
개혁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부터
적은 수의 실무자, 회원들이 개혁을 부르짖을 때, 김상덕 국장과 같은 일부 간부들과 대다수 직원들이 가입한 직원협의회는 철저하게 입을 다물었다. 이들은 서울YMCA 일부 지도자들이 저지른 부끄러운 일들을 하나님과 한국교회, 시민들에게 털어놓고 회개하는 것을 “자기 얼굴에 침 뱉기”라고 말했다. 특히 김상덕 국장은 비자금을 조성했던 김윤식 전 국장과 가장 가까이서 일을 했다. 김 국장이 이 문제에 침묵하지만 않았어도 서울YMCA가 겪은 개혁의 진통은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김 국장과 직원협의회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드러내도 부끄럽지 않은 서울YMCA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한국교회와 시민들은 비자금과 사퇴 배후 조종 등 어두운 서울YMCA가 아니라 투명한 서울YMCA를 기대하고 있다.
양평을 떠나기 전 강태철 회장을 만났다. 강 회장은 취재를 거부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실무자들의 말대로 떠나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토론과정에서 격론을 벌이다 보면 고성이 오갈 수 있고, 이러한 모습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실무자들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강 회장과 실무자들의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강 회장도 취임 기자회견에서 땅에 떨어진 서울YMCA 위상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혁의 진통을 숨기는 것으로 위상은 올라가지 않는다. 숨기면 숨길수록 내부의 불만만 봇물 터지듯 한다는 것은 지난 열 달 동안 경험한 일이다. 하나님과 교회, 시민들에게 떳떳하게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 오히려 낫다. 서울YMCA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은 서울YMCA가 진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비아냥 대신 기도하고, 혀를 차는 대신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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