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한 초등생의 일기
3월 2일
3학년이 되었다. 새 선생님 이름은 이창덕이다. 선생님이 시간표를 주지 않았다. 바보 선생인가 보다. 엄마도 바보 선생이라고 했다.
당시에 새 학년 첫 주는 4과목(국어, 수학, 사회, 과학)으로 오전 수업만 하는 것이 관례였다. 과학실이나 운동장 등의 공용 시설물을 이용할 학급 순번을 협의해서 정해야 시간표 작성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정을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는데 주입이 안 되는 아이들도 있었다. ‘알림장’에 기록할 내용을 칠판에 적어주면 그것을 기록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어서 일일이 확인 점검을 할 필요가 있었는데 점검을 안 해서 바보 선생이 되었다.
10여 년 전에 교육부와 교원 복지의 간판만 믿고 교원공제회의 ‘종합복지급여’라는 보험에 가입했던 선생들도 혹시 바보가 아니었을까? 6여 년 후에 통보 받은 ‘소멸형’이라는 용어의 뜻을 알았던 선생들은 해약하여 그 말을 몰랐던 나보다는 덜한 바보였겠지만 바보 취급당했던 사실을 몰랐을 것이니 ‘모르면 약’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몰라서 바보 중의 바보가 되었지만 이게 사기극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감독이라는 교육부 나리가 한통속이기에 “교육부가 사기꾼 양성소냐?”고 전화로 질문했더니 “말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교육부 나리는 썩은 새끼다.”고 하면 심한 말인가? 그래서 “어떤 교육부 나리는 썩은 새끼가 아니다.”고 하면 심하지 않은 말인가?
이렇게 야한 용어를 남발한 것은 ‘이왕이면 바보 짓 좀 더하려고...’라면 말이 될지도 모른다. 바보 선생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대통령과 교육감들께 1부 증정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공교육 정상화’란 말도 있는데 참고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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