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우수한 아이들만 이끌어주고 부진아들은 방치하니까 공교육비를 각 가정에 분배하여 각자 알아서 사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라디오 토론프로에서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가 심각한 어조로 한 말이었는데 어느 신문 독자란의 의견 하나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을 것 같다.
그 의견은 ‘폭설에 의한 비닐하우스의 붕괴를 방지하려면 쇠파이프 골조 속에 시멘트를 채워 넣으면 된다’ 는 것이었다. 실험으로 검증한 것이 아니고 시멘트의 성질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탁상 이론이었다.
“요즘 1등, 2등이 어디 있는가? 다 1등 만들라.”
“부진아들은 100m 달리기에 비유하면 출발선에도 서지 못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을 빨리 다른 아이들과 함께 출발선에 설 수 있게 하여 다 같이 출발시켜야 한다.”
교사들을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교육관계자의 말이었다. 이런 논리로 말한다면 “음치니 꾀꼬리 음성이니 하는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 꾀꼬리가 되도록 음악 교육을 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공식석상에서 하는 말과 사석에서 하는 말에 차이가 있다고 하니 ‘마이동풍’이 되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데 한 교실에서 수준별 학습지도를 하라는 지침이 있었으니 실효성이 의심스러웠고 부진아들을 위한 CD자료를 개발하기도 했으니 부진아는 수준에 맞게 낮은 학년의 교재를 이용하면 될 것이지 자료 개발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는 사교육이 거의 필수여서 어떤 교사는 “이런 건 집에서 다 배워 가지고 왔겠지요.
넘어갑니다.”라고도 한다지만 공부에 흥미가 별로 없는 학생들은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진도를 따라가기가 더욱 어려워지니까 교사들은 부진아의 수가 더 늘어나지 않게 하기에도 벅찬 일이니 부진아(부진아라는 판정의 기준이 애매할 수도 있지만) 구제는 솔직히 어려운 것이다.
학생들은 사교육과 학교교육 중 양자택일하여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학교에서 평가가 있는 날에만 등교시키고 나머지 소수의 학생들에게 개인 지도 형식의 수준별 학습을 시키며 일정 학점에 미달하면 유급시키고 졸업도 유보시킨다면 사교육에 대한 시비도 없애고 공교육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학교를 없애자는 것보다는 합리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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