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전남도교육위원회의장이었던 유아무개씨가 학교 기자재 업체로부터 커미션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하루 이틀 지나 이 기자재 업체는 일부 학교로 전화를 걸어 입단속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수사가 상황이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구속된 전교육위원과 해당 업체와 십 년 넘게 교육기관(시군 교육청 이나 산하 기관 등)이나 학교를 상대로 기자재를 납품해왔던 노회한 축들로 보인다. 그들이 이렇게 장기적으로 기자재를 독과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상당한 인맥과 노하우 그리고 정치적인 뒷배경(실제로 그 교육위원이나 업체가 속한 지역의 국회의원은 검찰이나 경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위에 속하지만,이들이 서로 연계되었다는 섣부른 단정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이 있었을 것이다.
감사원도 전남도교육청의 바닥공사 사업 등에 관한 민원이 있었을 때 해당 도교육청의 감사기획관실(감사원으로부터 감사교육을 받아 직무에 임하지만 결국 인적 자원이 일반 교육행정직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초록은 동색' 식의 감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로 이첩하는 등 시도교육청 비리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것 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이들 학교 지자재 비리 척결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비리 의혹을 파헤치려면 수사 대상들이 교육행정직이거나 교장급 이상의 관료들이어서 그들의 입을 열어야 하는데, 그들 스스로가 10~20%에 해당하는 커미션에 손을 대었거나 자신의 승진이나 인사의 유리함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사실대로 실토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지검이 수사하기 시작한 학교기자재 납품 비리는 그 뿌리가 깊고 넓게 퍼져 있어서 굉장한 어려움이 있을 줄 믿는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가끔 시골의 폐교된 학교로 가서 방치된 건물과 기자재들을 곰곰히 살펴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업자와 그들과 결탁한 사람들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 초라하고 방치된 물건들을 강제로 구입하고, 교체하고 그 과정에서 돈을 주고 받고, 인사를 보장받고, 서로 속이고 하여 여기까지 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 현장에서는 더이상의 이런 추악한 범죄가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광주지검 특수부의 수사 결과에 한없는 기대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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