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각급 학교가 차량에 의해 크게 훼손되고 있다. 특히 서울 일부 대형교회 인근에 소재한 초·중·고교가 그렇다. 일요일은 물론, 수요일 심지어 금·토요일까지.
이유는 인근 대형교회에 출석하러 온 교인들이 타고 온 차량 수천 대 때문. 대형교회 인근 학교 대부분이 그렇다. 대형교회의 경우 인근 학교는 물론, 인근 도로까지 무단 점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처럼 쉬는 날 학교운동장에서 야구·축구 등의 동아리 활동을 하려던 동호인들 또한 갈 곳을 잃고 있다.
지역사회가 시설을 공유하는 건 어느 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대형교회의 학교 운동장 점유가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요일에 수백~수천 대의 차량이 학교 운동장을 출입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막대한 배기가스를 뿜게 된다.
일부는 공기 중으로 날아가지만, 상당량은 운동장에 가라앉는다. 차량의 입출에 따라 운동장의 모래가 패이고 타이어 가루가 분진(粉塵)으로 모래 속에 박히거나 운동장 상공을 떠다니게 된다.
학생들은 월요일 아침 교정에 들어서면서 오염된 공기를 흡입해야 한다.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 나가 모처럼 체력을 단련하거나, 학교 정원에서 정서를 가다듬으려 해도 난무(亂舞)하는 분진 때문에 호흡기를 유린당하고 교실로 들어오기 일쑤다.
인근 도로까지 무단 점유
교실에 들어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져 창문을 열고 수업해야 하는 날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의 교실은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한 대형교회 인근에 소재한 학교에 다니는 여고생 명 아무개(17) 양은 "이제 본격적으로 대입 수험 공부를 시작해야 할 시점인데, 학교에만 오면 머리가 띵해 도무지 공부가 안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호흡기 내과의 한 전문의는 "장기간 배기가스 분진 및 타이어 먼지에 노출될 경우, 각종 암에 걸릴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 학교 측은 운동장을 '임대'하는 대가로 어떤 이익을 얻는가. 대형교회↔학교 간 커넥션에 관해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 교인 윤용 전 고려대 교수(부패추방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우리 교회가 바로 옆 신구중에 1년 간 지불하는 운동장 사용료가 대략 6,000만 원인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인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교인 6만여 명 추정)의 경우, 20년 가까이 인근 명원초교와 명일여고를 빌려 쓰고 있다. 최근 대법원 청사 앞에 초대형 예배당을 완공해 물의를 빚고 있는 서초동 사랑의교회는 인근 서일중, 반포고, 서초고 등을 빌려 쓰고 있다. 서울고 등 인근 다른 학교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망교회는 신구중을 빌려 쓰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경우, 사례는 좀 다르지만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폐해를 끼치고 있다. 일요일은 물론, 수요일 낮에도 교회 인근 지선도로, 간선도로 한강 둔치 등 가릴 것 없이 차량이 두 겹 세 겹으로 점유해 교통 흐름을 방해한다. 뿐만 아니라, 인근 여의도공원 일원의 수목을 고사(枯死)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료' 적절하게 사용됐으면
각급 학교와 관할 경찰서는 왜 대형교회의 위법에 동참하거나 방관하고 있는 걸까? 여기서 등장하는 게 상당한 액수의 금품수수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다. 소망교회의 경우처럼 운동장을 임대하고 있는 대부분의 교회는 학교 당 연간 수천만 원의 사용료를 건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할 경찰서에도 각종 명목으로 거액을 건네고 있다. 이 돈은 학교나 관공서의 공식 회계에 잡히지 않는다.
인근 대형교회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쓰도록 허용하고 있는 한 학교 교장에게 교회로부터 받은 돈의 용처를 물었다. 그 교장은 "좋은 곳에 쓰고 있다"고만 답했다. 대도시의 대형교회에서 학교 또는 경찰 등에 지불하는 '사용료'가 과연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환경영향평가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