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퇴폐
부패와 퇴폐는 다르게 설명 할 수 있다. 본시 부패의 뿌리는 개인의 사리사욕이나 쾌락을 목적으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저지르는 파괴적 행위를 말한다. 그런 면에서 정치의 타락은 퇴폐라기 보다는 부패이다. 교회로 하여금 하나님의 교회가 되지 못함도 부패이다. 국가 이익과 국민 복리를 위해서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자기 이익을 얻기 위해서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개인이나 단체,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조차도 그 실체가 거짓이라면 국민을 향한 부패 행위이다. 교회를 섬긴다는 거룩한 희생적 결단마져도 하나님보다 자기 욕망을 목표로 한다면 그것도 이미 부패한 헌신이다. 부패는 삶의 원리 자체를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것이다. 가치관의 객관적 시각을 무시하면서도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는 경우이다.
반면 퇴폐의 속성은 무엇이 좋고 나쁜가를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퇴폐는 도덕적 타락이나 비윤리적인 사고와 행동을 말한다. 퇴폐 이발관은 있어도 부패 이발관은 없다. 삶의 가치관과 목적의 불확실성이 가져온 결과들이다. 기독교 가정의 깨어짐이나 청소년들의 비행은 세속화된 퇴폐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을 본다.
최근의 우리 나라는 이 두 가지 요소 때문에 예전에 없는 심각한 문화 환경에 놓여 있다. 국가의 수도권 이전 문제만 해도 국론 분열만 초래한 정치 노름판이 되고 말았다. 국가 경영의 효율성이 어디까지 인지는 전문가나 관료들의 판단에 맡긴다고 해도, 대안 없는 정치적 슬로건을 내세움으로써 필요 없는 국력을 낭비하는 것은 정치인의 부패한 정권 욕에서 나온 것이 분명하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을 보면서도 벙어리가 된 현 정부의 대북관 역시, 정권 부패의 속사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국가 정체성을 무시한 민주화의 열기 조차도 부패하기 쉽다는 생각이다.
부패는 전염성을 지니며 본질을 잘못 호도하는 폭력적 힘이 숨어 있다. 그리고 변명의 기술과 강력한 침투력을 소유한다. 정치의 현장 뿐만 아니라 한국 교회도 건강한 교회되기 위한 부패적 요소를 면밀히 가려내고 처방을 강구해야 한다.
후계자 선택에서 보여주는 잘못된 세몰이로 세습을 고집하는 것도 부패한 한국 교회의 단면이다. 대책 없이 무조건 신학생을 대량 양산하는 교단 확장의 지나친 욕심도 부패한 인본주의 시각이다.
그리고 교회마다 일방적인 성장주의에 빠져 있는 모습도 상업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부패 요소의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한 교회의 원형은 성경에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각종 현란스러운 프로그램과 성공적인 사역 비결을 내세우는 것 역시 부패한 세속화의 모형들이다. 부패는 언제나 퇴폐적 요소를 몰고 온다. 퇴폐는 잘못된 목적으로 인한, 방법만을 의지하는 혼란 상태를 뜻한다.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도 정당화 하려는 욕심이다. 교회 갱신과 개혁은 부패와 퇴폐적 요소와의 영적 싸움이다.
많은 교회는 평안과 감격의 생명이 넘치기 보다는 심각한 갈등 구조로 깊은 내홍을 겪고 있다. 목회자의 비전과 성도들의 요구 사항이 다를 수 있음을 서로가 용납 못한다. 어디엔가 부패적 요소를 서로가 품고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부분을 쉽게 풀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종교적 퇴폐성이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의 시절을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복된 선교의 계절을 잊고 사는 것도 퇴폐가 아닐까 한다. 좀더 깊이 문제를 들여다 보자.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아무래도 목회자가 먼저 바로 서야 사는 길이 보일 듯 싶다. 이는 교회의 부패적 요소를 청산하고 퇴폐 요소를 털어 내는 최단,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교회의 건실한 소망과 축복의 시간이 초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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