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불산단 전봇대가 철거되지 못한 가장 큰이유가 무엇일까? 원인은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가 문제였다. 산자부는 도로문제는 당연히 지자체의 문제로 판단할 것이다. 지자체는 도로를 개설했으니 전신주 문제는 당연히 한전의 소관이라 여길 것이다. 한전은 우리는 도로를 따라 전신주를 설치한 것뿐인데 이전비용까지 부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산단의 업체들도 도로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든 한전과 전봇대 설치를 허가한 지자체의 책임이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무슨 일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산자부, 지자체, 한전, 이용업체 들중 한곳이 흑기사를 발휘하여 전신주를 철거했다면 어떻게 될까? 앞으로 그것이 관례가 되어 유사한 일은 그곳의 책임이 될 것이다. 어느 한곳도 기사도를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또 산자부 공무원이 나서 세금으로 해결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대불산단을 이용하는 공단과 주민들은 대만족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공무원에게는 무거운 책임이 뒤따른다. 뒤에 감사에서 세금으로 해결할 사항이 아니데 왜 아깝게 혈세를 낭비했느냐는 책임추궁이다. 아마 언론들도 예산낭비의 표본사례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일반 지자체에서 일을 처리했다 가정해도 감사원의 감사나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예산낭비의 표본으로 지적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민원해결에는 최고정책결정자의 결정이 중요하다. 이번처럼 대통령 당선인이 문제를 거론했으니 산자부, 지자체가 세금을 투입해도 책임문제에서 벋어날 수 있으니 가능했다.
민간 기업인 한전의 사정도 정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인 대불산단 전봇대가 사장의 결재까지 올라갔을 리 만무하다. 설령 사장의 결재까지 올라갔다 가정해도 이 문제는 한전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분명히 한전사장은 대통령 당선인이 전봇대를 거론했기 때문에 사회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비용부담을 승인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대불산단의 전봇대 같은 유사한 문제가 한둘일까? 일일이 최고책임자가 지시 할 수도 없고 책상위에 올라오는 서류를 보고 판단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처럼 강제로 한전과 이용업체에 비용을 분담시킨다면 조속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한전이나 이용업체 모두 주인인 주주들이 있어 함부로 이익을 침해할 수는 없다.
그럼 정부에서 국가세금으로 해결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물론 산자부, 지자체들은 한전과 이용업체 사이에서 비용부담 문제를 놓고 협상을 중재했을 것으로 믿는다. 서로 부담을 꺼리는 업체들을 조정하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규제개혁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분명히 대불산단 문제는 청와대와 산자부의 홈페이지에 민원이 올라왔을 것이다. 최고 결정권자의 바로 밑인 참모들이 판단해줄 문제였다. 그래서 유능한 참모가 필요했다고 말했던가!
또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해당 지역 언론은 접해보지 못해 문제점이 부각되었는지 몰라도 중앙일간지들은 전혀 거론해 주지 못했다. 새만금 문제는 많이 접해 보았으나 대불산단 전봇대 문제를 거론한 언론은 보지 못했다. 언론이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했다면 오래전에 해결되었을 것이다. 언론들도 전봇대 문제 같은 것을 어떻게 알고 보도하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아마 지역취재기자에 의해 한번쯤은 문제의 기사가 데스크에 올라왔을 것으로 예상된다. 데스크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판단하지 못해 그냥 지나쳤을 것으로 짐작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언론도 그 소명을 다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산단 업체들의 노력도 게을렀다. 문제의 전봇대를 사진을 찍어 각 언론사에 올렸다면 사정은 달라졌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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