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민원서류를 통째로 분실한 청렴위

‘청렴’ 실종된 국가청렴위원

민원인 서류 통째로 분실 감사받던 직원
모범 공무원으로 선정 홈페이지 인터뷰

민원서류를 통째로 분실해 감사를 받던 공무원이 자체 홈페이지 인터뷰에 모범 공무원으로 소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29일 민원인 정모씨(67·여)와 국가청렴위원회에 따르면 정씨는 “임야의 토사가 건설사와 공무원의 개입으로 인근 댐공사장에 무단 사용됐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진정을 했으나 무혐의로 종결처리되자 2002년 말 청렴위에 민원을 접수했다.

이때 검찰 진정서와 녹취록 등 1982장의 민원서류도 함께 제출했다.

그러나 4년이 다 돼 가는데도 소식이 없자 정씨는 2006년 10월께 민원을 접수받은 A씨에게 제출한 서류 등을 돌려 달라고 했으나 “서류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이 무렵 정씨로부터 민원서류 분실에 대한 질의서를 접수한 청렴위측은 A씨에 대해 자체 감사를 벌여 “A씨가 사무실 캐비닛에 보관하던 중 서류를 2005년 7월 현 청사로 이전하면서 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엄중 문책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4월 ‘불문 경고’를 받았으나 정씨는 “공권력에 대항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던 귀중한 서류들을 잃어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며 30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정씨를 더욱 분노케 한 것은 A씨에 대한 감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초 청렴위 홈페이지 인터뷰에 문제의 A씨가 모범 공무원으로 소개된 사실이다.

인터뷰에서 A씨는 “앞으로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 공직자들이 부도덕한 행위로 비난받을 때에는 그동안 청렴위의 활동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는지 자괴감을 느끼곤 한다”며 공직자로서 책임감을 논하기도 했다.

이에 정씨는 “민원인의 서류를 분실해 감사를 받고 있던 공무원이 어떻게 우수 공무원으로 선정돼 인터뷰 내용이 홈페이지 등에 기재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반부패 기구인 청렴위의 징계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청렴위 관계자는 “매달 한 명의 공무원을 선정해 인터뷰 내용을 홈페이지에 싣고 A씨도 잘한 것이 있기 때문에 게재된 것”이라며 “인터뷰가 게재됐다고 표창, 특혜 등을 준 것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공무원이 민원인의 서류를 분실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민원인은 소송을 통해 그동안의 피해 정도를 마땅히 보상받아야 한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박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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