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돼 죽겠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업소가 생겨나는 업종이 있다. 지난 3월 한 토론회에서 손봉숙 국회의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연간 추정매출액 40조원, 운영업체수가 무려 1만5,000여개였다. 불과 몇 달이 지난 지금은 전국에 3만여 개 업소로 늘어났단다. 도대체 무슨 업종이기에 이토록 호황을 누리는 걸까? 바로 `성인게임장'이다. 대한민국이 온통 성인게임장천국인 셈이다. 손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카지노바' 운영업체수가 1,400여개에 연간 18조원, `성인게임장'이 1만4,000개에 24조원 규모란다. 모두가 불법, 편법영업 중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이는 `합법적 사행산업'인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카지노를 합한 총 매출액 10조원의 무려 4배가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
`성인게임장'은 기계에 현금을 넣고 게임을 하다 2만원 이상 맞으면 상품권이 나오고 이를 액면가의 10%를 떼고 현금으로 바꿔준다. 강원랜드 카지노와 별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강원랜드 고객이 많이 줄어 요즘 지역의 숙박업 음식점 택시 등 모두가 장사가 안된다며 아우성이다. 서울과 대도시마다 카지노와 유사한 영업을 하는 곳이 수도 없이 많은데 굳이 멀리까지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강원관광리조트를 지향하는 강원랜드는 폐광지역경제회생의 중심축이다. 이러한 성인게임장과 카지노바 난립의 여파로 강원랜드는 올해 매출액과 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단다. 이로 인해 회사 경영엔 비상등이 켜졌고 지역관련 각종 개발사업마저 `투자위축'의 위기에 처해 있다.
며칠 전 나는 말로만 들었던 성인게임장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원주의 한 게임장에 가보았다. 오후 시간인데도 70대 게임기엔 대부분 손님이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은 기계를 두 대씩 잡고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50대로 보이는 옆자리 손님은 본전생각에 며칠째 오고 있단다. 나오면서 보니 업소입구에서 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풍경을 보니 지난 5월 인터넷에서 본 `성인오락실서 일해 보니 폐인수렁' 이런 제목의 글이 생각났다. 그중 일부 내용을 그대로 옮겨본다. “…하룻밤에 보통 몇십만원씩 잃고들 갑니다. 안 그렇겠습니까? 1만원 넣으면 보통 7분 정도 돌아갑니다. 보통 가게에 기계 100대 정도 있죠. 제가 일했던 데는 바빴던 데라 모든 기계가 거의 하루종일 돌았습니다. 운 좋으면 터질 때도 있고 운 없으면 며칠 사이에 몇백만원이고 꼴아 박는 겁니다…”
강원랜드는 지역주민들은 월 1회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카지노에 자주 드나들게 되면 도박에 빠지게 될 우려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도 20일 이상 출입할 수 없도록 출입제한을 하고 있다. 또 장기출입자나 도박중독 우려가 높은 사람은 필요한 경우 `출입정지' 조치를 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렇게 도박중독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있지만 성인게임장은 아무나 언제라도 출입할 수 있어 도박중독에 따른 엄청난 사회문제와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당국이 진정 국민의 `도박중독문제'를 걱정한다면 성인게임장과 카지노바에 대한 대책부터 세워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4년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양산하는 전국관광호텔의 슬롯머신영업장 수백 개를 모두 폐쇄하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내국인 출입 카지노는 폐광지역 한 곳에만 허용하겠다'는 공약을 지켰다. 그런데 개혁정권임을 표방하며 출범한 노무현 정부에서 도리어 성인게임장과 온갖 사행산업을 키우고 있음은 어찌된 일인가? 대한민국을 `도박공화국'으로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하루속히 분명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 늦으면 `속수무책' 상황이 되고 만다. 정부당국은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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