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시청에서 파견 근무 중인 일본인 마쓰야마씨가 한국과 일본 공무원 사회의 차이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김용국 기자 [email protected]

일본인 공무원 마쓰야마 히로씨,
부천시청서 근무해 보니
일본은 민원인 앞에서 커피도 잘 못 마시고
점심도 혼자서 해결

일본 가와사키시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마쓰야마 히로(29)씨가 지난 4월 초순부터 공무원 연수생의 신분으로 부천시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자매결연 도시인 부천시와 가와사키시의 공무원 상호 파견 근무 협약에 따른 것이다. 마쓰야마씨는 내년 3월까지 부천시에서 일하게 된다. 그는 부천시가 마련해준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마쓰야마씨는 오전에는 서울에 있는 학원에서 한국어를 배운다. 오후에는 시청으로 출근해 다문화 가정(외국인과 한국인이 부부가 돼 꾸린 가정)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일본 공문서 번역 등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 7월쯤부터는 다문화 가정의 보육정책을 다루는 주민생활지원과 등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그는 "부천시가 펴는 다문화 보육 정책의 각종 사례들을 알아보고 일본에서도 접목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그는 한국어를 배우느라 일한(日韓)사전을 손에서 잠시도 놓지 않을 정도로 열성적이다. 또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손칠판과 지우개를 갖고 다니며 직접 칠판에 한자와 서툰 한글을 써 보이기도 한다.

"부천에서 열린 다문화 축제를 구경했으며 외국인노동자의 집도 가보았습니다. 외국인노동자들과 그 자녀들이 생각 밖으로 많았습니다."

마쓰야마씨는 다문화 가정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나라를 모국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별로 가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태어난 나라에서 제대로 대접받지도 못합니다. 차별 없이 생활하고 정체성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보육 정책인 것 같습니다."

마쓰야마씨는 자신도 어렸을 적에 다문화 가정 자녀와 비슷한 심정을 느꼈다고 했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었는데 이사를 자주 다녔습니다. 일본 속의 이민자인 셈이었지요. 낯선 문화를 접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때는 미국에서도 생활했습니다.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에서도 인종과 외국인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외국인 자녀들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일본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도로 관리라고 한다. "일본에선 도로에 빗물이 고여 있으면 바로 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민원이 쏟아집니다. 지나치게 자주 도로를 수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은 빗물이 도로에 고여 있어도 그대로 놓아 두는 것 같아요."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의 공무원 사회 분위기는 어떨까. 그는 "일본보다 매우 자유스러운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공무원들이 근무 중에 민원인들이 보는 앞에서 커피조차 마시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이 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공무원들 사이의 인간관계도 일본보다 끈끈한 것 같아요. 한국은 공무원들끼리 우루루 몰려나가 점심을 같이 먹지만 일본은 대부분 혼자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마쓰야마씨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공무원이 됐다고 했다. 기회가 되면 설악산과 제주도, 부천의 만화정보센터를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국을 알기 위해 한국에 관한 책을 접하면 반드시 설악산과 제주도가 소개되는 걸 보니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