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찔기니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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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국세청장 인사문화 '폭탄발언' 무엇이 문제인가?
어제(30일) 이용섭 국세청장이 국세청 인터라넷에 올린 글(조세일보 30일자 보도)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고위직 간부들의 퇴직을 강요하는 듯한 의도가 명백해 보이는 이 발언이 오늘(1일)자 주요일간지에도 보도됨에 따라 국세청 고위직 퇴직압박은 국세청 내부에서는 물론 경제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세청 반응 - "속시원했다"
고위직 승진을 애타게 기다리는 일부 고시출신 간부들은 선배들의 퇴직을 강요한 이 청장의 발언에 대해 "속 시원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위직들이 명퇴를 하면 3, 4, 5급 승진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타부처에 비해 승진적체가 심하다.
고시출신 간부들은 "오죽했으면 이 청장이 이같은 발언을 했겠느냐"며 그동안 고생한 간부들을 승진시키고 인사교류를 해 보려는 이 청장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조직 최고수장이 하극상 부추기나
반면 국세청의 상당수 특승출신 간부들은 이 청장 발언의 불똥이 혹시 자신에게까지 튀지나 않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주시하고 있다. 일부 간부들은 언제 자기도 이같이 '내몰리는 상황'에 처할지 몰라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청장이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상급자의 신상문제를 비판하라고 한 것은 마치 하극상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으로 조직의 최고 수장으로서 할 말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청장의 권유대로라면 나이든 세무서장이 퇴직을 하지 않을 경우 부하 직원이 "서장님 이제 그만 옷 벗으시지요. 할만큼 하셨으면 됐지 더 하시렵니까. 후배들도 승진 좀 하게 이제 자리 비켜주시지요"라고 퇴직을 강권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것이 조직의 생리상 가능한 얘긴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업무상으로 비판할 수는 있어도 신상문제를 갖고 비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한솥밥을 먹고 있는 직원이 상급자의 퇴직을 강권하는 발언을 한다는 것은 엄격한 위계질서가 중시되는 공직사회의 기강을 뒤흔드는 행위로 볼 수 있다.
국세청 고위직 명퇴제도 재조명
그러면 이용섭 청장이 이처럼 충분히 예상되는 반발을 무릅쓰고 '비움의 문화'라는 글을 통해 고위직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세청 인사순환의 범위를 넓히려는 고육지책에 의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하지만 인사순환을 위한 방법론으로 명퇴를 거론한 것은 재경부출신인 이 청장이 국세청 고위직 명퇴 관행에 대해 너무 긍정적인 측면만 봤기 때문이라 분석된다.
이 청장의 발언으로 국세청 고위직 명퇴제도(일명 강퇴제도)는 중요한 기로에 선 것으로 보인다.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철폐할 것인지 갈림길에 선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조세일보>는 국세청에서 지난 수십년간 내려온 강퇴제도가 왜 도입됐으며 어떻게 변질됐는지 또한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반발을 사고 있는지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 본다.
강퇴제의 시발 - 군사정권과 부정부패
박정희 정권 이후 YS정권 때까지 역대 국세청장의 재임기간은 보통 5∼6년에 달했다. 그러다 보니 조직수장이 1년∼6개월마다 수시로 바뀌던 타부처에 비해 국세청의 인사적체가 심각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국세청 인원은 1만6천여명(현재 1만7천여명)으로 경찰청 다음으로 큰 조직이다. 이런 큰 조직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경찰청처럼 계급정년제를 실시하거나 청장을 교체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계급정년제는 또 다른 부작용(살아남기 위한 승진로비 부작용) 때문에 도입되기 어려웠고, 국세청장을 바꾸는 문제도 경제계와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당시 국세청장과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밀월관계상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따라서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도입된 것이 국세청장을 제외한 고위직(4급∼1급) 간부의 옷을 강제로 벗기는 소위 강퇴제도였다.
이 강퇴제도는 YS정권 때까지 세가지 기준으로 나뉘어 관행적으로 시행됐다.
첫째, 1급 관리관은 1년간 재직하면 예외 없이 용퇴한다.(서열 2위인 차장이 차기 국세청장 물망에 오를 경우에는 예외다)
둘째, 1급 승진자가 배출될 경우, 고시출신은 1급 승진을 하는 사람의 동기생을 비롯, 선배기수들이 모두 옷을 벗는다. 국세청장의 동기, 선배기수는 당연히 명퇴 대상이다.
셋째, 특승출신은 기수가 없기 때문에 출생연도로 따져서 정년 2∼3년전에 옷을 벗는다.
이런 관행으로 거대조직 국세청의 인사순환이 나름대로 이어져 올 수 있었고 역대 4급이상 간부들의 상당수는 이 관행이 없었다면 아마도 5급이나 6급을 끝으로 퇴직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관행은 후배를 위해 살신성인하는 미덕으로까지 자리잡아왔던 것이다.
어떻게 시행될 수 있었나?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국가공무원법에 정년이 보장된 국세청 공무원들에게 이 관행이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환경이 지금과는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국세청에서는 '국세청장의 말이 곧 법'이었다. 상당수의 간부,직원들이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에 청장의 말을 듣지 않고 버티다가는 언제 망신을 당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어떤 간부는 지방으로 하향전보 돼 망신을 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국세청 감찰의 뒷조사를 받았다. 심지어 "집무실 서랍을 뒤짐 당했다"는 소문에 버틸 간부들이 몇이나 됐을까.
그러나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간부에게는 '당근'이 주어졌다. 순순히 퇴직하는 간부에게는 금융기관, 국영기업체 등에 자리를 마련해 주거나 그것도 어려우면 세우회 산하 기업체의 임원자리를 보장해 주었다. 두둑한 명퇴수당에 2∼3년간 보장되는 임기는 보상차원에서는 괜찮은 것이었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세무사개업을 하게 하고 전관예우를 해 주거나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에 취업을 알선해 주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전관예우>는 세무사업계에 큰 불만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왜 반발하고 있는가? - 전통이 깨졌다.
DJ 정권이 들어서면도 여전히 특승출신과 일부 고시출신은 관례에 따라 옷을 벗었지만 일부 고위직을 중심으로 이러한 전통이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1급으로 재직했던 김성호, 곽진업, 봉태열 청장 등은 모두 1년이상 심지어 3년간 재직하기도 했다. 당시 1급중 유일하게 1년만에 옷을 벗은 사람은 경주출신인 황수웅 차장 한 사람밖에 없었다.
또한 당시 1급승진자와 고시기수가 같거나 심지어 국세청장과 같은 기수의 국장이 옷을 벗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당시 국세청장들이 간부들의 퇴직을 일률적으로 강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퇴제도는 말그대로 본인의 의사에 따라 퇴직하는 명예퇴직제로 환원되는 듯이 보였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이용섭 청장(행시 14회)보다 기수가 한단계 위인 이주석 국장(행시 13회)은 1급으로 승진했고, 1급 승진자인 이주성 차장(행시 16회)과 전형수 원장(행시 16회)의 동기 국장들이 옷을 벗을 이유가 없었다.
만약 이제라도 전통적인 관행에 따라 엄격하게 강퇴제도를 적용한다면 현 이주성 차장과 전형수 원장은 재직기간이 1년이 넘었기 때문에 옷을 벗어야 할 것이며 행시 13회인 이재광 국장(금융연수원 파견)과 행시 14회인 김영채 부이사관(국세공무원교육원 과장)도 명퇴를 해야 한다.
또한 이들 간부들과 고시기수가 같은 국장급의 상당수도 명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특승출신 중에는 정년을 2년 앞두고 있는 김정복 중부청장과 김문환 중부청 조사1국장이 옷을 벗어야 할 것이다.
왜 폐지돼야 하는가?
우선 강퇴제도는 법적 근거가 없다. 국가공무원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정년을 위반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 볼 때 납세자권익보호도 중요하지만 국세공무원의 권익보호도 중요한 것이다. 공무원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격과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누릴 권한이 있다. 따라서 본인이 자발적으로 명예퇴직하는 것도 존중돼야 하겠지만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옷을 벗김 당하지 않을 권리도 있는 것이다.
국세공무원의 근무여건도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예전에야 돈방석에 앉는 세무공무원이 많았지만 요즈음은 곧바로 쇠고랑을 차게 돼 있다. 더구나 이용섭청장은 부임이후 비리직원은 보호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남아 있는 국세공무원은 끊임없이 의무를 강요당하고 살아 남은 비교적 청렴한 공무원들이다. 이들에게 공직의 마무리마저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강제할 권한이 누구에게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공무원의 정년이 연장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이용섭 청장은 "법과 원칙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정착시키지 않고서는 동북아 중심국가를 실현할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한 바 있다.
이 청장은 또 "혁신은 새로운 가치를 위한 도전"이며 "세정혁신은 기존의 제도와 관행의 도전에서 시작된다" "도전은 인생에서 아름다운 것"이라고 설파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의 인사정책을 보면 인사상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학벌에 의한 차별, 출신지역에 의한 차별, 성별에 의한 차별, 연령에 의한 차별, 장애여부에 대한 차별 등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연령차별금지법이 있고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다. 나이 차별은 후진형 인사제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얘기되고 있는대로 고시기수에 의한 강퇴가 아닌 나이에 의한 강퇴가 부활된다면 불행하게도 국세청 전체 인력의 96%를 차지하는 특승출신자만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하위직도 열심히 일하면 최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겠다는 이용섭 청장의 의지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국세청 강퇴제도는 말 그대로 후배를 위해 자발적으로 옷을 벗는 순수한 명예퇴직제도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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