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6개월을 끌어왔던 국민연금 개혁작업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타협'으로 종착역을 앞두고 있지만 타협안이 과연 최선의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당장 사각지대 해소를 주장하며 한나라당에 협조했던 가입자단체에서는 '야합', '배신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엄청난 정부예산이 들어가는 기초연금 재원 마련 대책도 뚜렷치 않다.
또 국민연금 수급액이 너무 낮아져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국민연금 제도의 본령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비등하다.
시간에 쫓기는 정치권의 필요에 맞게 짜집기 되느라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 이번 타협안이 본질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이라는데 토를 다는 이는 없다.
◇'조삼모사'=국민연금 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재정안정화였다. 지금의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하루 잠재부채가 800억원씩 발생해 미래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넘겨주기 때문에 현 세대에서 고통을 치르더라도 미리 수술을 하자는 취지다.
그럼에도 국민연금 도입의 근본목적인 노후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도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게 보험료는 더 내고 수급액은 조금 낮추는 정부안이다.
그러나 타협안은 재정안정화와 국민노후 보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연금 고갈시기는 정부안보다 6년이 빠르고, 노후보장 수준이 크게 떨어지는데서 비롯된다.
타협안을 적용할 경우 월 소득 160만원 가입자가 20년을 가입하고 난뒤 받는 연금은 34만원 수준이 돼 최저생계비(43만원) 보다도 적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 소득이 많지 않다면 늙어서 받는 국민연금이 용돈 수준밖에 안돼 최소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취지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피현상이 현재보다 심해질 수 있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문제는 이 마저도 '땜질용'이라는 점으로, 어느 시점이 되면 또다시 '생명 연장'을 위해 같은 논란이 되풀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각지대 논란 여전=타협안대로라면 내년부터 하위소득 60% 노인에게 평균소득의 5%인 월 8만9000원이 지급된다. 매년 점차적으로 인상돼 2028년에는 17만7000원(10%)이 지급된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가입자단체들은 국민연금 미가입자를 위한 사각지대 해소 대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체 노인 중 국민연금 혜택자가 30% 밖에 안되고, 현재도 500만명 가량이 돈이 없어 국민연금을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초연금액이 너무 적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이념적 성향과는 맞지 않지만 한나라당안(하위소득 80%에게 평균소득 10% 지급)을 지지했던 가입자단체들은 "연금 급여는 크게 내려가고, 사각지대 해소는 이뤄지지 않는 최악의 엉터리 법안"이라고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2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양당의 졸속협의안이 통과되면 차라리 제도개혁을 안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법안통과 저지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힐 예정이다. 납세자연맹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등 인터넷을 통해 타협안 통과저지를 촉구하는 사이버시위를 전개키로 했다.
가입자단체의 반발과는 별개로 기초연금 재원마련 대책도 '발등의 불'이다. 당장 내년에만 2조4000억원이 필요하고 2030년이면 50조원이 들어가게 되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세워져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국채발행이라는 비상수단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채발행이든, 세금이든 결국에는 기초연금 재원마련에 따른 부담은 국민들의 몫일 수 밖에 없다.
◇타협안은='더 내고 덜 받는'(보험료율 9%→2018년까지 12.9%, 수급액 60%→50%) 식의 정부안이 폐기되고 난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핑퐁'을 하면서 절충점이 마련됐다.
보험료는 현 수준(9%)을 유지하되 수급액은 2008년부터 50%로 조정한 후 매년 1%씩 낮춰 2018년까지 40%로 떨어뜨리는게 골자다. 이렇게 되면 적립금 고갈시기는 2047년에서 2061년으로 14년 연장된다.
사각지대 해소 목적의 기초연금은 하위소득 60% 이하 노인에게 2028년까지 평균소득의 10%(2008년부터 단계적 인상) 수준을 주기로 했다. 재정 안정화 방식은 한나라당안으로, 기초연금은 열린우리당안(한나라당은 당초 하위소득 80% 주장)을 기초로 한나라당안이 가미된 '주고 받기' 식이다.
기초연금제 운영 방식에 대해서는 양당간 의견차이가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4월 임시국회에서 이같은 절충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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