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노령연금법 일방적 밀어붙이기 파장

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법과 관련해 대상자와 지급액을 높이는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기획예산처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정 상황이나 재원 조달 방법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데다 시행도 하기 전에 국민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개정안에 대한 부처간 협의도 상임위 통과 하루 전에야 이뤄져 국회가 정부와 밀도 있는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학계 등 복지전문가들도 국회가 재정 부담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표를 의식해 졸속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기초노령연금은 하위 60% 노인에 대해 생활보조 목적으로 매월 최대 8만~9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회는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수급 대상자를 다시 70%로 늘리는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는 또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액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월평균 소득의 5%에서 2028년에 10%로 늘리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정부는 수급액을 줄이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이에 따른 고령층의 소득 지원을 위해 기초노령연금법을 마련해 4월 국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당시 기초노령연금법만 통과되고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처리되지 않아 '주객이 전도된 일처리'라며 비난이 일었다. 국회는 이번 임시국회에서야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해 지난달 29일 관련법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고, 이에 대한 반대 급부 형식으로 기초노령연금법 통과 두 달 만에 수급 대상자와 지급 금액을 높이기 위한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장기적으로 가입자들의 국민연금 수급액이 기준소득(가입자 전체 평균소득과 가입자 개인의 평균소득 등을 감안한 금액)의 60%에서 40%로 줄어들기 때문에 고령층의 생활 안정을 위해 기초노령연급의 수급자와 금액을 높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회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 부담과 구체적 재원조달 방법에 대해 제대로 고민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정부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데 대해서도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창호 기획처 재정전략실장은 개정안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으며, 변재진 복지부 장관도 "부처간 협의가 하루 전에 이루어졌다"고 말해 충분한 사전 검토가 없었음을 시인했다. 기초노령연금의 소요재정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되는데 당초 2009년에는 2조9763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회가 마련하고 있는 개정안을 적용하면 2009년에 3조4724억원이 필요하다. 재정 소요는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8년에 16조5469억원이 필요했지만 국회가 수급 대상자와 금액을 확대하는 바람에 37조7200억원의 재정이 소요되게 됐다. 기획처 관계자는 "재원 조달에 대해 벌써부터 고민"이라며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타 사업 축소, 국채 발행 등을 고려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세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이는 미래 세대에 작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를 늘리는 것은 정부가 제안한 것이 아니다"며 "상임위 통과 전날에서야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알았다"고 설명했다. 한 학계 전문가는 "노인층에 대한 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점과 전반적으로 노년층의 소득이 적은 점을 감안할 때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한다"며 "하지만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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