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시대 어느 사회치고 부정부패가 없을까마는
오늘날 한국처럼 구조적이고 관행화 되어있어서 단말마(斷末魔)의 느낌을
갖게 하는 나라는 이 지구상에 드물 것이다.
계층이나 신분이나 분야를 가리지 않으며 심지어는 그 자랑스러운 보수나 진보까지도
악취가 풍기고 마각(馬脚)을 드러낸다.
요즈음 뉴스의 초점이 되는 윤모(尹某)나 김모(金某)니 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들여다보면
과연 이 나라에 양심이 있고 정의가 있으며 상식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
먼저 이 나라의 내로라하는 지도층 인사들이 썩었다.
그들은 경제개발에 따른 갖가지 독과점 지위나 특혜의 수혜자들인데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착각 속에 부정부패의 과실인 권력의 독점 부의 독식 신분의
영속화를 꾀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 등 블루칼라 계층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가진 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원교근공(遠交近攻)으로 동료들을 잠식하면서
그나마 있는 몇 점의 살코기와 빵부스러기를 탐한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부정부패가 전방위적이고 전천후적인데
가진 자들이 지능적 착취적이라면 못 가진 자들은 모방적 아부적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부패는 불로소득을 안겨주어 과소비를 낳고 도덕적 타락을 부추기며
빈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한다.
내 경험과 내 인식으로는 이것이 오늘의 국가문제인 양극화의 절대부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혜를 주고 특혜를 받는 자는 이 체제가 좋을지 모르지만
무임승차를 하고 돈벼락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좋을지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 하는 사람, 아무것도 할 수없는 사람에게는 고역일 뿐이며
기개 있는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인 것이다.
2.
부정부패는 부실공사를 눈 감아 주어 건축물의 부실화가 필연이라
다수 사람들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준다.
부정부패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아니하거나 지체시키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 물질적 시간적 손실을 주며 고통을 준다.
부정부패는 일시적으로는 공기의 단축이나 공무의 신속함으로 능률적이며
시민에게 만족을 줄지 모르나 시간이 갈수록 폐해가 드러나며
종국에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다.
그 피해는 간접적으로 장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모든 그릇된 정책의
피해자가 서민인 것처럼 서민은 여기서도 주요 희생자이다.
아침에 생선 4마리 저녁에 생선 3마리 준다니까 화를 내다가 아침에 3마리
저녁에 4마리 준다니까 넙죽 받아먹는 원숭이들처럼 계속적으로 우롱을 당하며
누가(?) 제 닭 잡아먹듯이 서로의 입지를 허물어뜨린다.
세금을 더 내야하고 물가는 치솟으며 실질임금은 깎이고 사람은 수단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것에 너무 무덤덤하다는데 있다.
아니 아주 교활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말로는 부정부패의 척결을 외치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자기도 한통속의 무리이며
그런 기회를 기다리는 투로 용인하기 때문이다.
3.
부정부패는 이런 모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기업이 회사를 공개 상장하여 유상으로 주주들을 모은다.
증자할 때도 똑같은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허나 이 자금은 설비투자나 연구개발비 등에 쓰이지 않고 부동산 사재기나 주식
차익을 노리는 재테크에 쓰인다면 어떻게 될까?
벤처기업이 그 본분을 망각한 채 금융권과 결탁하여 주가를 뻥튀기하며
말이 아웃소싱이지 재벌의 친척이나 임원으로 대체되었다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 코스닥의 현주소가 아니던가?
기업이 인가나 허가를 따기 위해서 또는 특혜를 바라고 국회의원에게
로비를 하고 고위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다면,
이 뇌물은 그 기업이 생산하는 상품비용에
계상되어 물건 값을 올리는 등 몇 몇 사람의 사복을 채우기 위해
선량한 많은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다.
기업은 로비나 비즈니스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생산성 증대로 자본축적을 꾀해야 하는 것이다.
급행료나 무마비라는 이름으로 건네주는 돈은 액수의 다과를 막론하고
그 조직 전체를 혐오하게 만들고 받은 사람을 인간적으로 경멸하게 만든다.
각종선거 때 각 후보들이 뿌리는 엄청난 돈은 결국에는 인플레라는 이름으로
우리 모두의 부담이 된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이렇게 검은돈은 “전체가 그렇게 하니까“라는 오래된 전통에다
공의식의 부족이라는 “사적 우위의 원칙” 이 그 배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모두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양면성을 갖고 하이드와 지킬박사가 되며
전례라는 것이 위력을 발휘하여 뇌물수수를 암묵적으로 강요당하며
인간성의 황폐화에 가담한다.
4.
부정부패의 일소야 말로 우리에게 직접적 소득의 증가와 실질임금의 상승을
가져오고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는 것이며 사람의 삶이 아름다워지는 바탕이다.
부정부패가 없으면 민부가 커지고 국부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공존과 공영이라는 인간애를 발견할 수 있으며
배려와 관심이 친밀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부정부패가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이 사회가 공정한 룰의 적용을 받는 것이 그 흔한 법대로는 많아도
제도화되지 않았거니와
의식화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의식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법 편법이 자랑이 되며 불로소득이 곳곳에 창궐하며 쉽게 일을 하려하며
노동의 신성함을 머리로만 이해하려는 풍토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지위만 높으면, 무조건 돈만 벌면 만인이 우러러 보고 행세깨나 할 수
있는 문화도 이에 일조를 한다.
도덕성이나 지조는 저자거리에 뒹굴고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시되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사회에서 깨끗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일취월장(日就月將?)하듯 하며
점입가경(漸入佳境?)일 정도라
1930-40 년대의 국민당의 장제스(蔣介石) 정부 같아
이런 나라는 이미 사랑의 대상도 아니며 몸 바칠 대상은 더더욱 아닌 것이다.
부정부패를 없앤다는 것은 국민의 원성(怨聲)을 없애는 것이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것이며 예부터의 한(限)을 풀어주는 것이다.
“어느 누구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 없다.”는 말이 금언(金言)아닌 금언이 되고
통용되는 사회는 하루속히 종식되어야 한다.
5.
나라를 망하게 하고 사람을 괴롭히는 부정부패를 없애는 길은 무엇일까?
(1) 장인정신(匠人精神)의 철저화이다.
자기가 하는 일은 돈으로 계량할 수도 없다는 긍지를 갖고 자기일이 인류에 유익을
준다는 것을 믿으며 자기 이름을 걸고 현업에 임하는 것이다
(2) 일벌백계주의(一罰百戒主義)이다.
부정을 하면 신분의 귀천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처벌을 받고 응징을
받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통이 되고 역사가 되어야 한다.
(3) 명예를 높이는데 있다.
돈이나 배경 또는 후광보다는 업적으로 행실로 인정받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4)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사회민간기구의 설치와 운동이 활성화되며
내부자 고발제도를 정교화 한다.
(5) 청렴하면서도 유능한 인재를 널리 구해 등용하며 이를 표창하며
갖가지 특전을 준다.
(6) 어렸을 때부터 정정당당하게 겨루는 페어플레이 정신을 함양케 한다.
(7) 땀 흘려 번 돈이 가장 귀하며 가치 있음을 알아야 한다.
(8) 그 무엇보다 각자 하늘이 내게 주신 복을 알고 (天分) 분수를 지키는 것이다.
(9) 보통 부자는 2대에서 끝나는데 부정부패로 벌어들인 돈은 어느 한 쪽의
희생과 고통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것은 당대에 다 흩어짐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어찌 이것뿐이겠는가?
6.
내 노력으로 내 능력으로 내 잘남으로 인생을 구가하며 명품을 쓰는 것은
장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혹시 벤츠차를 모는 것이 아방궁 같은 아파트에 사는 것이
프라다나 구찌 같은 장식품이 남의 몫을 부당하게 이전 받은 것이라면
그것은 우아함이나 고상함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이다.
비록 안빈낙도(安貧樂道)가 옛사람들의 지침이지만
그 속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여유로움이 있고
분망하고 다망한 사람들이 모르는 즐거움이 있다.
과연 한국에는 저 옛날 요(堯)임금의 천하를 맡아달라는 말에 귀가 더러워졌다고
영수(潁水)에 귀를 씻은 허유(許由)같은 인물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가?
과연 이 땅에는 나 혼자서 푸르며 나 혼자서 깨어있겠다(我獨靑 我獨醒)는
굴원(屈原)같은 사람은 희망사항인가?
과연 이 나라에는 그까짓 쌀 닷 말 때문에 소인(小人) 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하며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은 도연명(陶淵明)은 끝내 남의 나라 사람이어야
하는가?
끝으로 이 사회가 이 나라가 이몽룡(李夢龍)의 ‘한 쪽의 노랫소리 높아
다른 한 쪽의 원망소리가 높“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그 시로 맺는다.
金樽美酒 千人血 (금잔에 담겨있는 향기나는 술은 천명의 피이고)
玉盤佳肴 萬姓膏 (옥쟁반 위의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살이라.)
燭淚落時 民淚落 (촛물 떨어질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며)
歌聲高處 怨聲高 (노래소리 높은 곳에 민초들의 원망소리 또한 드높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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