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수사권 조정 물거품?

“현 정부에선 물 건너 갔어요.”

요즘 만나는 경찰들마다 이런 푸념을 털어놓는다. 수사권 조정 이야기다.

작년 9월 1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현직 경찰관 5000여명이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검경 수사권조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위해 전국에서 구름처럼 몰려든 경찰들은 플래카드를 내걸고, 수사권 독립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청와대까지 “자제하라”고 나섰을 정도였다.

하지만 ‘뜨거운 감자’였던 이 논의는 올 들어 어느 사이엔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난 2월 이택순 경찰청장이 부임한 이후부터 경찰 내 분위기는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개적인 논의나 움직임이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청장은 전임 허준영 청장과 달리 수사권 조정 문제를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부에서 수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월 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던 정부조정안은 이해찬 총리가 지난 3월 사퇴하면서, 청와대로 업무가 넘어간 상태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 2건은 현재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몇개월째 계류 중이다. 이 때문에 일선 경찰관들의 수뇌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한 전직경찰청장은 “김성호 법무장관이 수사권 조정을 반대한다고 할 때는 한마디도 없더니, 전직 경찰청장들이 전시(戰時)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을 두고 대놓고 반박하다니…”라며 뼈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올해를 넘기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돌입한다. 그럴 경우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던 수사권 조정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박란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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