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이 휴직계를 내고 업무 관련성이 높은 민간 기업체에서 근무하면서 기업측에서 당초 약정보수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부당 급여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근무했던 일부 기업체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무혐의 처리된 것으로 나타나 기업과 공무원, 해당 부처 사이에 유착 관계가 형성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민ㆍ관간 이해 증진과 상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02년 도입된 '공무원 민간근무 휴직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이 25일 공정위와 감사원 등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 2월까지 민간업체에서 근무한 공정위 소속 휴직 공무원 14명 중 11명이 공정위원장이 승인한 약정보수 외에 추가로 6억4312만원에 달하는 부당 급여를 받았다.
1인당 평균 5800만여 원씩 가욋돈을 챙긴 것이다.
지난해 한 법무법인에서 근무한 박 모씨(휴직 당시 4급)는 당초 약정액이 6416만원이었으나 실제로는 1억9630만원을 지급받아 약정액에 비해 두 배가 넘는 1억3214만원을 추가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휴직 전 연봉이 5219만원으로, 4년치 연봉을 한 해에 모두 벌어들인 셈이다.
2003년 한 해 동안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했던 이 모씨(휴직 당시 4급)는 당초 연간 8400만원과 실적상여금을 받기로 약정돼 있었으나 매월 640만원씩 총 768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부당급여 수령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지적하기는커녕 복무 실태 평가시 이들 11명 모두에게 '탁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이들은 정당한 실적 평가에 따른 성과 상여금이라고 주장하지만 연간 총액을 사전에 확정하고 첫달부터 균등 지급한 만큼 부당 수령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근무했던 SㆍP기업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21건에 대한 조사를 받았으나 공정위는 13건을 무혐의 또는 심의절차 종료 등으로 마무리했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파견을 마치고 복직한 공무원들에 대한 부서 배치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복직 후 해당 기업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부서에 배치해선 안 된다'는 민간근무 휴직제도 운영지침을 어긴 것이다.
카드사에서 근무했던 김 모씨(휴직 당시 4급)는 복직 후 소비자정보팀장에 임명됐고, 법무법인에서 근무했던 김 모씨와 박 모씨(휴직 당시 4급)는 복직 후 법무법인을 상대하는 심결지원1ㆍ2팀장에 나란히 발탁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위원회 직원들이 채용 계약서상 약정보수 외에 금전을 받았다가 감사원에서 지적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약정보수 외에 돈을 받지 않도록 하고 업무 관련성이 있는 법무법인을 민간근무 휴직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정철 기자 / 이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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