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세청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연말쯤으로 기억된다.
그때 종부세 대란이라고 할 만큼 논란과 저항이 심했을 때,
국세청장은 종부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며 선택 받은 소수의 나눔이라는 발언을 했다.
나는 따뜻한 세정이라는 국세청장의 모토가 마음에 들었고, 그 후로 인터뷰 기사를 찾아 읽기도 했었다.
인터뷰 때마다 자신이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고 밝혔던 청장. 그에 대해 검은 의혹이 불거진 지금 나는 묻고 싶다.
신실한 신앙심을 가졌다는 당신이 이렇게 법률과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질러도 되는 것인가.
국세청장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거대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마치 자신이 보이지 않는 시나리오에 의해 희생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지만
이 세상에 시나리오가 작동된다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리고 국세청장 자신이 천주교라는 강력한 힘이 써 내려가는 시나리오 속에서 혜택을 누려온 장본인이 아닐까?
막강한 힘과 조직력으로 세상을 주무르는 단체,
돈과 권력으로 이루어지는 세속 도시의 방정식에서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숨겨진 미지수,
청빈을 내세우는 얼굴 뒤에서 불온한 세력을 키우는 데모의 온상지.
지각 있는 사람들이 천주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역사부터 되돌아 볼 일이다.
유럽을 하나의 거대한 그리스도 왕국으로 삼으려고 했던 시대,
황제가 교황의 발 아래 굴복했던 그 암흑의 세기를
천주교에서는 영광의 시대라고 기억하고 있지 않는가.
로마 카톨릭만이 유일한 교회라고 주장하는 지금의 교황도
어쩌면 그 시대의 막강한 권위를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거룩한 이름으로 덮어진 검은 음모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것은
비단 다빈치 코드와 같은 소설적인 상상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나와 같은 소시민이 어떻게 생각하든 오늘도 많은 사람들과 권력자들이
성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허공을 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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