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그룹 뇌물리스트 나돌아…본지 명단 문건 입수
공직사회에 ‘제이유 괴담’이 돌고 있다. 국내 최대 다단계업체인 제이유 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이 그룹의 로비문건이 정·관가에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고 여러 개다. 문건에는 로비대상 명단과 직책, 금액 등이 상세히 적혀 있어 사실로 확인되면 엄청난 파문을 예고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다”고 표현했다.
2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2쪽 분량의 문건에 따르면 공직자 61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름 옆에 근무처와 직책이 기재돼 있고 5백만~1억원까지 금액이 나란히 붙어 있다. ‘다단계수사 관련’ ‘다단계업체 방문’ ‘지점 개설 인사’ ‘취임인사’ ‘다단계공제조합 실적심사’ 등 간단한 메모가 적혀 있다.
명단에 오른 인사는 수사기관 관계자가 50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서울의 한 수사기관의 경우 이곳을 거쳐간 간부급 인사 17명이 포함돼 있다. 법조계 인사와 정부 부처 실무자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 문건에 이름이 나온 인사들은 로비받은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제이유라는 업체를 알지도 못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반박했다. 리스트에 오른 정부기관 역시 “뇌물이나 받는 부패한 기관처럼 비칠 수 있다”며 잔뜩 경계했다.
사정기관에서도 유사한 문건을 입수, 상당 기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제이유 뇌물 리스트’라며 ‘○○○ 5백만원’ 하는 식으로 이니셜로 보도하기도 했다. 사정기관이 보유한 문건은 3쪽 분량으로 150여명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전·현직 정치권 인사와 청와대 직원이 들어 있다.
수사 중인 검찰에서도 최근 리스트를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져 문건의 진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건에 등장한 수사기관에 재직했던 한 인사는 “정기인사가 끝나면 제이유 직원이 찾아와 돈을 건넸다”면서 “제이유는 전직 경찰을 ‘보험용’으로 채용, 로비를 전담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청탁이라기보다는 관례적인 인사치레였다”면서 “액수는 직급에 따라 차등지급했고 나에게도 로비가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제이유 관계자는 “수사하면 밝혀지겠지만 항간의 로비 의혹과 전혀 관련 없다”며 “2002년 검·경으로부터 강도높은 수사 끝에 무죄선고를 받은 주수도 회장이 왜 그들에게 돈을 안겨주겠느냐”고 반박했다.
〈조현철·장관순기자〉
75071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