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현직에선 ‘위세’… 기업에선 ‘돈맛’

공부하라고 민간 기업 파견된 공정위 간부들
업무 관련된 재벌·법률회사서 고액 연봉
잠깐 복직 했다가 해당社 재취업 하기도 [조선일보 금원섭기자] 기업들에 불공정행위 감시의 칼을 휘두르던 공정거래위원회 간부 11명이 ‘민간 근무 휴직’(기업 등에 단기 근무할 경우 휴직 처리 해주는 것) 제도를 활용해 대기업이나 법률회사에 1~2년간 근무하면서 공정거래위원장이 승인한 연봉의 최고 3배 이상을 받는 등 폭리(暴利)를 취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공무원 중 일부는 민간근무를 마치고 공정위에 복직해 해당기업과 업무 관련성이 높은 부서의 과장을 맡거나, 복직 후 공정위에 잠시 근무한 뒤 해당 기업에 재취업하는 등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1명이 6억4300만원 더 받아”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25일 공정위·감사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3년부터 올 2월까지 민간근무 휴직제도를 통해 민간업체에 취업한 공정위 공무원 14명 중 11명(민간취업 당시 3·4급)이 공정위원장의 승인을 받은 연봉 이외에 총 6억4300여만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된 공무원들이 취업한 업체는 삼성카드·삼성경제연구소·포스코 등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과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태평양, 김&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법률회사로 공정위와 업무 관련성이 매우 높은 곳들이다.
2004~2005년 삼성카드 사장 보좌역으로 근무한 김모(당시 4급)씨는 2년 동안 2억원을 약정했으나 실제로는 2억5700여만원을 받았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같은 기간 포스코 경영기획실 임원보좌역으로 재직한 박모(당시 4급)씨는 2년 동안 1억7600여만원을 약정하고 실제 2억9600여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해당 공무원들은 성과급·상여금이라고 해명했으나, 감사원은 지난 8월 작성한 감사 보고서를 통해 “성과급·상여금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정 내렸다.
◆“9개월 만에 해당기업에 재취업”
문제된 공무원 중 2명은 민간업체 근무를 마치고 공정위에 복직해 소비자정보팀장, 심결지원팀장 등 재벌 계열사나 법률회사를 직접 상대하는 부서의 과장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복직해 단기간 근무한 뒤 민간업체에 재취업한 경우도 2건 있었다. 특히 박모씨는 2004~ 2005년 포스코에 근무하고 공정위에 복귀한 지 9개월 만에 공정위를 퇴직하고 다시 포스코에 취업했다. 김 의원은 “박씨에 대한 포스코의 근무평가에는 ‘공정위에서 지적받은 내부거래 13건(과태료 추정액 8억5000만원)에 적극 대응해 4건(과태료 1억원)으로 낮췄다’고 돼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한상희 소장(건국대 교수)은 “공정위와 재벌 간 관·경(官經) 유착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날 해명 자료를 내고, “감사원 지적에 따라, 공정위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법무법인 등을 민간근무 대상에서 제외하고 업무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부서에 복귀자를 배치하지 않는 등 합리적 운영 방안을 마련해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금원섭기자 [ caped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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