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死線이 된 쇠창살…인권보호는 없었다

불이 난 지 40여분 만에 불법 체류 외국인 27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소 화재는 새벽시간대에 발생한 데다 직원들의 초기대응 미숙, 소방시설 미흡 등으로 인명 피해가 컸다. 이번 화재를 통해 수용자 관리에도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여수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초기에 자체 진압을 시도했으나 불을 끄지 못했다. 불이 나자 1층에서 근무 중이던 당직자는 소화기를 들고 화재가 난 3층으로 올라갔지만 쇠창살로 된 수용시설 열쇠를 찾지 못해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열쇠를 갖고 올라갔다. 그러나 그 사이 3층 안은 유독가스와 불길이 가득해 유치장 안으로 접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관리사무소에는 9명의 근무자가 있었지만 일부 직원은 불길이 번지기 전까지 잠을 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프링클러는 연면적이 적어 현행 법상 설치 대상 건물이 아니어서 아예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나마 화재 경보기는 있었지만 이날 화재에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여수경찰서 관계자는 “불길을 피해 탈출한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경보기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소방서에 화재 신고도 제 때 하지 않았다. 경찰은 화재발생 10분가량 지난 뒤에 늑장 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탈주를 막기 위해 허둥지둥하다 사고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소방대원들이 출동했을 때에는 건물 내부가 시커먼 연기로 이미 가득차 주변을 분간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어서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용시설의 보온을 위해 바닥에 깔아둔 우레탄 매트도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이 됐다.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번지면서 일부 수용자들은 잠을 자다 유독가스를 마시고 숨지거나, 연기가 너무 독해서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다 목숨을 잃었다 수용자들에 대한 관리에도 허점이 있었다. 중국인 김모씨(39)는 평소 폐쇄회로 TV를 화장지로 가리는 등 수상한 행동을 여러 차례 했지만 관리소는 이 같은 행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화재 발생 1시간 전에도 김씨는 휴지에 물을 묻혀 폐쇄회로 TV에 붙였지만 이를 곧바로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자신을 풀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같은 행동을 해왔다고 직원들은 밝혔다.

관리사무소 측은 “새벽 3시 무렵 김씨가 폐쇄회로를 휴지로 가렸고, 카메라가 가려져 있는 사이에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며“당시 강력하게 제지하지 않은 것은 인력과 안전상 어려움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정동기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검경과 함께 사고 경위 파악에 나서는 한편 비자우선발급 등 사상자 가족의 조기 입국을 돕고 체류비 지급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보호시설 내 외국인 사망 사고가 처음인 데다 사고 경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국가 배상 여부는 추후 결정키로 했다.
76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