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정치·언론에 속았다″ 학생들 탄식과 혼란

[쿠키 사회] 얼마 전 군대를 제대한 지방대 법학과 04학번 김경수씨(23). 김씨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이 자꾸 미뤄지자 최근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2년 전 로스쿨이 설립된다는 말에 일찍 군대를 다녀와 로스쿨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법안 통과도 안됐을 뿐더러 도입 시기가 불투명해지자 사시를 치기로 한 것이었다. 김씨는 "2004년만 해도 로스쿨이 금방이라도 생길 것 같은 분위기였다"면서 "당시 로스쿨이 개교한다던 2008년까지 합격 못할 것을 걱정해 입대했던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로스쿨 2008년 도입'을 철썩같이 믿었던 학생들 중 일부는 "정치논리와 언론에 속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남대 법학과 3학년 이상민씨(24)는 "1년 반이 지나도록 로스쿨 도입 여부는 물론 대학 수, 학생 정원, 합격기준 등 세부사항이 전혀 결정된 게 없다"면서 "정치인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가 공부하는 데 혼란만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대는 지난해 로스쿨 건물을 신축·완공했지만 건물 내 모의법정 시설은 시건장치로 꼭 잠겨져 있다. 건물이 들어설 당시만 해도 큰 기대감을 가졌던 학생들은 법안 심의가 국회에서 장기표류하고,신축 건물이 종합강의동으로 사용되자 "로스쿨이 되긴 되는 건가" 하는 불신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경북대 한 관계자는 "상황이 유동적이다 보니 사시 1차 공부하는 학생이 많이 줄어들었다"면서 "정확하진 않지만 예전엔 재학생 200명 중 120명 정도는 준비했는데 지금은 80명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입학한 법대생들은 아예 로스쿨에 무관심하기까지 했다. 경북대의 경우 얼마 전 단대 게시판에 '로스쿨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세요'라는 홍보지를 붙여놨다. 하지만 단 한 명도 찾아오는 학생이 없었다. 김현철 경북대 법학과 조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입생들이 로스쿨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법조인을 꿈꾸는 고교생들도 로스쿨에 대해 무신경하기는 마찬가지다.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은 "로스쿨 때문에 진로를 변경하거나 상담을 요청한 학생은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법조인이 되기 위해 굳이 법대를 갈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있어 인문·사회대가 강세를 보였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로스쿨에 대한 고교생들의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이효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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