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당·청 코드 ‘먹통’…정책·인사 ‘내맘대로’

정권 말기에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네요.

“코드가 뽑힌 지 오래됐다.” 14일 열린우리당 핵심 인사가 전한 당·청 기류는 극히 차갑다. 정책라인 3인의 사표 제출로 부동산 파국이 첫 고비를 넘었지만, 당은 정책과 인사에서 ‘까막눈’으로 소외된 것을 빗댄 표현이다. 그는 “지난 13일 비대위에서 ‘인책 불가피’ 의견을 굳히고 대외적으로는 부동산 대책 후 거론키로 묻어두었는데 갑자기 사표 통지서가 날아든 격”이라며 “당도 인사문제는 ‘학습효과’가 있어 아예 ‘얘기해봐야 듣느냐’식으로 체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15일 부동산 당·정을 앞둔 당 정책실과 건교위원들도 잔뜩 화났다. 과거 3·30이나 8·31 대책때 당·정·청의 정책 라인간 세부 조율이 이뤄졌지만, 이번엔 기초적인 의견 교환도 없기 때문이다. 당 건교위 간사인 주승용 의원은 “건교부로부터 자료 하나 못받았다. 신문을 보고 내용을 파악중”이라고 했고, 한 정조위원장은 “내일 당정은 정부가 다 만들어놓고 최종 추인만 받으려는 형식적인 당정”이라고 비판했다. 강봉균 정책위의장이 고위정책조정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의 총괄기능이 청와대에서 재경부로 이관됐다는데 잘된 일”이라고 말한 것도 청와대의 독주에 대한 당의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당·청간 엇가는 코드는 확대진행형이다. 청와대가 당·청간 소통과 정책 조율을 위해 지난달 27일 이해찬 전총리·문재인 전 민정수석 등 5인의 정무특보단을 발표했을 때 당은 뜨악했다고 한다. 사전 교감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만든 ‘메신저’였던 것이다. 김근태 의장이 지난 4일 KBS 인터뷰에서 “당에서 정무수석을 요청했을 때는 안하다가 느닷없이 (정무특보단을) 임명하는 것은 뜻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고 잘 안될 가능성이 크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한 이유다. 지난 7일 국회 대표연설도 전형적인 엇박자였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외교·안보 위기관리 내각과 드림팀 구성’을 요구한 이틀 뒤 청와대는 ‘거국내각’을 역(逆)제안했다. “대통령과 총리가 10월말부터 이야기해왔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는 설명은 당을 코너로 몰았다. 당 원내대표실 핵심인사는 “특보단과 거국내각은 당·청간 코드가 ‘중병’ 상태인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며 “당 의원 60~70%가 찬성하는 것으로 파악된 이라크 철군과 출총제까지 당·청간 긴장지점이 첩첩”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발전적 해체가 ‘당색과 깃발’ 올리기부터 시작될 조짐이고, 당·청을 묶었던 ‘2인3각’의 끈은 빠르게 풀리고 있다. 〈이기수·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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