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006년 09월 21일(목) 오전 08:10
적발된 공직자들의 비위 유형은 공금횡령 같은 부정부패에서 직무태만 같은 기강해이까지 다양했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부정부패 및 기강해이 등 전 영역에서 공무원 비위 건수는 감소했다.
부정부패로 분류되는 공금횡령 및 금품 향응·수수는 2004년 1,295건에서 2005년 975건으로 감소해, 더디긴 하지만 공직사회가 깨끗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직자 비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건 ‘업무 부당처리’ 영역이었다. 업무 부당처리 영역은 부처별로 마련해 놓은 업무 관련 주의사항 등을 어긴 것을 말한다. 보건복지부의 대한적십자사 혈액수혈연구원장은 2002년 4월부터 2003년 5월까지 부적격 헌혈자 48건을 등록하지 않았다. 1987년부터 2000년까지 국립보건원이 통보한 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환자 중 199명의 신상이 잘못 통보됐는데도, 내용조차 파악하지 않다가 업무 부당처리로 해임됐다.
업무 부당처리 건수만 보면 2004년 4만6천9백92건에서 2005년 4만1천19건으로 5,000여건 줄었다. 하지만 전체 비위 유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70%에서 2005년 76%로 늘어나 점점 강화되고 있는 공직윤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근무시간·비밀엄수 등 ‘복무규정’을 위반했다가 징계받은 것은 2004년 9.6%, 2005년 8%로 업무 부당처리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건강보험공단 5급 직원은 2004년 1년간 139번 출장을 갔다고 보고했지만 이 가운데 129번은 가지 않고 다녀왔다고 허위보고를 했다가 복무규정 위반 이유로 파면됐다.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공금횡령 및 금품 향응·수수로 분류되는 부정부패도 끊이지 않아 공직사회 부패의 고리가 얼마나 질긴 것인지를 보여주었다.
환경부의 한 사무관은 직무관련 업체로부터 2억원을 받은 뒤 1억원은 갚고 나머지 1억원은 갚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2005년 6월 파면됐다. 산업자원부 산하기관 직원은 2004년 동생을 해운회사에 취직시킨 후 해당 해운회사에 해외 운송물량을 제공하도록 직무와 관련된 중공업 업체에 압력을 행사했다가 파면됐다. 뇌물수수 혐의였다.
없는 환자를 만들어 내 공금을 횡령한 이도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근로복지공단 4급 직원은 유령 산재 환자를 허위 등록한 뒤 산재보상금 5억6천여만원을 빼내갔다. 이 직원은 공금횡령 혐의로 파면됐다.
공직자 부패 및 기강해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감사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건국대 강황선 행정학과 교수는 “민원인에게까지 공개되는 엄정한 업무처리 절차를 마련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꼽았다. 현 공무원 시스템은 순환보직근무체계라서 담당자가 바뀌면 업무가 달라지는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강교수는 “책임성을 확대하고 재정감사 등은 전문 회계법인에 맡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의원은 “국무총리실 산하 정책평가위원회 등에서 비위사실이 적발된 후 개선 여부까지 확인해 사후조치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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