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금은 특정한 경우 이득을 본 자에게 거둬들인다. 땅을 이용하여 이익을 본 자에게 개발부담금을 거둬들이고, 건물을 지어 이득을 본 자에게 교통부담금을 거둬들인다. 하지만 사실상 그 부담금을 부담하는 것은 소비자다. 사업자는 자신이 부담해야 할 부담금을 이미 물건값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건강증진부담금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담배를 팔아 이윤을 남기는 회사에게 부담금을 내라고 하지만 사실 그 부담금은 담배값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부담금을 내는 사람은 흡연자다. 그래서 우리는 부담금을 준조세라고 부른다. 사실상 이중 세금인 셈이다.
그 부담금이 10조원을 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월급에서 고정적으로 떼어져 나가는 갑근세등과 전기세, 수도세 등등을 제외하고도 일상적인 경제행위에서 나도 모르게 세금으로 떼어져 나가는 돈이 한해 10조원이 넘었다는 얘기다.
기획예산처가 최근 보고한 '2004년도 부담금 운용 종합보고서'를 보면 현재 부담금은 총 102개 항목이다. 부담금 총액은 2003년 9조 1831억 원이였으며 2004년에는 이보다 8584억원(9.3%)가 증가한 10조415억원이다.
부담금별로는 부과금단가가 리터당 8원에서 14원으로 환원되면서 석유수입판매·부과금이 전년대비 2127억원 늘어난 1조233억원에 이르렀고 담배 부담금이 1갑당 150원에서 354원으로 인상되면서 건강증진부담금이 1041억원 늘어난 8061억원에 이르렀다.
특히 이 건강증진부담금은 사실상 세금이다. 위에서 적시했다시피 부담금은 수익을 내거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원칙이지만 건강증진부담금은 조세성 부담금으로 고스란히 흡연자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여하튼 사실상 조세인 부담금이 과다할 경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무리하게 징수할 경우 세금보다 부담금이 커지는 등 경제구조가 왜곡될 뿐만 아니라 내수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해 불황을 장기화 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건강증진부담금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욕심을 끝도 없다. 얼마전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또다시 5백원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곧 국회에 제출한다고 한다.
1041억원에서 8061억원으로 늘어난 건강증진부담금이 작은 모양이다. 담뱃값인상이 흡연율 저하 등 어떤 효과도 낼 수 없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는데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그 사용내역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무조건 거둬들이고 보겠다는 욕심이다.
물론 보건복지부의 욕심대로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우선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될지 두고봐야 안다. 그리고 국내경제사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내수회복이 더뎌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마당에 다시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했다가는 몰매 맞을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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