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공복임을 무색하게 만드는 악질 공무원
정인대 논설위원, 뉴스프리즘
등록일: 2008-12-07 오후 4:04:21
최근 서울시내 30개 지하도상가를 위탁 관리하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 지하도상가 상인들의 점포를 빼앗기 위해 '제소전 화해'라는 법률조치를 시도하고 있어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이러한 제소전 화해 조치는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 실시되는 사항으로서 과거 2003년 일차 시도했다가 당시 국영방송인 K-TV를 통해 사실이 소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포기한 이후, 5년만에 다시 시도하는 악질적 행위이다.
'제소전 화해'라는 법률 조치는 민사상의 분쟁에 있어서 원고와 피고가 소송을 하기 전에 법원에서 서로 화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법률적 행위이다. 원고는 나중에 피고가 합의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재판을 받지 않고 화해조서에 집행문을 부여받아 곧장 강제 집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제소전 화해' 제도의 핵심으로 여기에 서울시가 목을 매는 이유가 있다 하겠다.
'제소전 화해'의 취지는 현존하는 민사분쟁을 화해를 통해 해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강제성을 떠나, 합의하여 성립된 계약내용을 법원의 조서에 기재하여 공증의 효과를 얻음과 동시에 강제집행명의를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용되는 예가 훨씬 많다. 원고측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서 피고에게 불리한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화해 조서에 기재할 것을 강요함이 큰 문제라 할 것이다.
원고와 피고 등 쌍방간 화해가 성립되면 화해조서를 작성하게 되고, 그 조서에는 당사자와 법정대리인의 표시 및 청구취지, 청구원인, 화해조항, 화해성립 연월일과 법원을 기재하고 판사와 법원사무관 등이 기명·날인하게 된다. 이 화해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따라서 서울시가 지하도상가 상인들에게 불리한 계약 내용을 작성하여 화해조서로 신청하고 확정판결을 받고자 함에 상인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난 2003년 서울시는 일차적으로 지하도상가 상인들에게 공개입찰을 시도한 적이 있다. 상인들의 반발에 의해 무위로 돌아서자 제소전 화해라는 악질적 조치를 강구했다. 당시 서울시의 화해조서 신청내용은 상인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모든 계약을 신규계약으로 몰고 가려고 했다. 이는 2002년 11월에 발효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꼼수였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법이 발효된 이후의 임대차계약부터 보호를 하며, 이전의 계약에 대해서는 보호를 하지 않는 맹점이 있다. 따라서 서울시는 2003년 상인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신규계약을 주장했다. 왜냐하면 신규계약이 될 경우, 임대료와 임대 보증금을 수백% 인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상인들은 신규계약이 아니고 갱신계약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갱신계약이란 계약의 당사자와 계약의 목적인 상가 임대가 동일한 계약인 경우 해당되는 내용이다. 내용 중 보증금이나 임대료 그리고 관리비의 변경은 계약 내용의 일부이기 때문에 계약의 동일성으로 인정되어 갱신계약이 되는 사항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신규계약을 강요하면서 제소전 화해라는 악질적 조치를 서울시의 새로운 약관에 따라 강제하려고 시도했다.
당시 제소전 화해를 위한 신청조서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임대료 및 보증금 인상에 대한 이의를 달지 않고, 이를 위반시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할 것과 점포 명도를 위한 법률조치에 대해 상인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신규계약을 의제로 조서를 작성하려고 했으며 이는 노비문서와 다를 바 없는 악질적 조항이었다.
서울시가 추진하려던 당시의 '제소전 화해'라는 조치는 반사회적 질서를 담고 있는 내용이고 강행규정에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라 할 수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상인들이 무지한 상태를 이용하여 힘의 논리에 의해 강압적으로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밀어부쳤고 임차 상인들에게 화해조서의 작성을 강요하였다.
서울시의 강요에 따라 화해조서를 작성한 이후에라도 무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일단 작성된 조서 내용은 유효하다고 대법원 판례에 있기 때문에 절대로 화해조서는 신청조차 해서는 안되는 사안이라 하겠다. 서울시는 현행 대법원 판례에서 제소전 화해의 내용이 강행규정 위반일지라도 조서의 내용이 유효하다는 내용을 믿고 악질적 조치를 계속 시도하려는 것이다.
2003년 이후 5년의 세월이 지난 최근에 와서도 서울시 주무 공무원들은 경직되고 불순한 사고를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5년의 세월동안 지하도상가를 담당하던 대부분의 공무원이 수없이 교체된 상태 임에도 최근에 와서 이러한 악질적 화해조서를 기획하는 공무원이 아직도 서울시에 존재하고 있음은 크게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할 것이다.
더욱 괘씸한 사항은 화해조서의 신청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약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전 심의까지 신청한 것은 정교하고 치밀한 범법행위에 비견될 수 있는 내용이라 하겠다. 국민의 머슴이자 공복으로서 공무원의 자세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매우 부적절한 모습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서울시의 사전 심의 내용을 무효로 밝히면서 시정 권고조치까지 내린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정의가 죽지 않았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은 서울시 공무원들이 항상 배우고 익히며 계속 반성해야 할 사항이라 할 수 있으며 악덕 고위공무원의 지시에 순응만 해서는 안될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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