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공직자 비리 > 복지부 ‘혈세 3백60억’ 날렸다

보건복지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의약품유통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실패하는 바람에 혈세 3백60억원을 날리게 됐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돈과 의료개혁 둘 다 놓쳤다고 비판했다.

복지부는 26일 삼성SDS가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과 관련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의 강제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부터 6년간 매년 60억원씩 모두 3백60억원을 삼성SDS측에 배상하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송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이자부담이 늘고 상고해도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1998년 10월 의약품 납품비리가 끊이질 않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의약품 거래의 투명화를 위해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마련키로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약국 등 요양기관을 거쳐 제약회사에 약품비를 지급하는 관행을 고쳐 건보공단 등에서 직접 제약사에 지급해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다.

이에 복지부와 계약을 맺은 삼성SDS는 2002년 7월부터 관련 시스템을 마련해 가동했으나 운영에 실패했다. 기존체계를 선호하는 병원과 약국, 제약회사 등이 시스템 등록을 꺼렸을 뿐 아니라 이들을 편입시킬 강제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서였다. 복지부가 법적인 뒷받침 없이 시스템을 먼저 구축했다가 결국 실패를 부른 것이다.

삼성SDS는 당초 시스템 사용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려 했으나 운영실패로 여의치 않자 복지부를 상대로 인수요청을 했고, 이마저 거부당하자 2002년 6월 복지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정부의 정책실패로 인해 막대한 혈세가 낭비됐다는 점이 어이가 없다”면서 “돈도 돈이지만 결국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시스템을 살리지 못해 의약품유통의 투명화를 포기한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황인찬기자 [email protected]〉 75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