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국회의원비리 > 오전은 '매춘 국회'…오후는 '쿠데타 국회'

與 "민주당 정치적 매춘" 민주 "여당이 악덕포주" 한 "태국 쿠데타 되새겨라" 막말 정치 도넘어 20일 민의(民意)를 대변해야 할 국회에는 국민의 뜻은 온데 간데 없고 막말만 난무했다. 이날 오전은 한마디로 '매춘'의 국회였다. ◇ 與 "민주당 정치적 매춘한다" vs 민주 "악덕 포주다" 막말의 초탄(初彈)은 열린우리당 홍보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이 쏘아올렸다. 민 의원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매춘행위"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민 의원은 "최근 김무성 의원이 보수연합이나, 새로운 지역연합, 민주당과의 연합을 이야기했으며, 어제는 이명박 전시장이 민주당과 연합이나 합당이 가능하다고 했다"면서 민주당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졸지에 '분홍색 조명'이 덧씌워진 민주당도 발끈하고 나섰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약자에게 불법을 강요하는 정치적 악덕포주"라고 반격했다. 김 부대변인은 "민병두 홍보기획위원장이 입에 담지 못할 망언을 했다"며 민 의원의 당직 박탈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열린우리당이 이같은 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느닷없이 '정치적 성 매수자'가 된 한나라당도 가만 있지 않았다. 유기준 대변인은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전형적인 이중적 사고를 나타내고 있다"고 열린우리당을 비판하면서, 특히 "한민공조는 야합"이라고 얘기한 김근태 의장을 겨냥했다. 유 대변인은 "야합(野合)이라는 말은 부부가 아닌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하거나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리는 것을 비난하는 말"이라며 "집권 여당 의장이 이런 저급한 용어를 사용해 다른 당을 헐뜯는 것은 정상적 사고(思考)가 아님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말로 김 의장을 '비정상인'으로 몰아붙였다. ◇ 한나라당 "태국 쿠데타 타산지석 삼아라" vs 與 "쿠데다 조장하나" 이날 오전이 '매춘'의 국회였다면, 오후는 '쿠데타'의 국회였다. 단초는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이 제공했다. 유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전날 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이 전복된 태국 상황을 거론하며 "태국 쿠데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태국 쿠데타의 주 요인은 부패한 권력"이라며 "탁신 총리는 강력한 리더십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지만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로 쿠데타를 초래했고 국민들의 지지마저 잃었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특히 "탁신 총리의 통치 스타일은 여러 가지 면에서 노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며 "앞뒤를 가리지 않은 튀는 언행과 언론과의 전쟁에서 무척 닮았다"고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즉각 분노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유기준 대변인이 태국의 쿠데타에 매우 고무된 것 같다"며 "(유 대변인의 발언은) 대한민국에서 태국처럼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해야할 논평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논평이 있다"며 "한나라당은 쿠데타를 조장하고 유도하겠다는 발언이냐"고 반문하면서 논평 취소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전날 한나라당의 의장석 점거로 또다시 파행을 겪었던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이날도 전운(戰雲)만 감돌았을 뿐, 민의를 대변하려는 선량(選良)들 본연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CBS정치부 이재준 기자 [email protected]
728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