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위원들 ‘예산 새치기’
[경향신문 2005-12-06 08:45]
나라 살림 감시를 맡은 국회 예결위원들이 제몫부터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결위원 6명이 내년도 예산 심사과정에서 자신의 지역사업에 증액을 요청한 액수가 1조1백억원에 달한다. 10여명은 구체 액수를 밝히지 않았으나 역시 증액을 요구했다.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구 사업 챙기기=5일 경향신문이 ‘2006년 회계연도 조정소위원회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여야 예결위원들의 지역구 사업 챙기기 실태가 드러났다. 확인된 규모만 ‘1조1백27억원+α’이다. 일부 위원들의 경우 구두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예결위원은 각 상임위 안을 재조정, 조정소위에 넘기는 예산 심사의 관문이다.
이중 열린우리당 예결위원들이 요청한 금액은 총 7천5백여억원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요청한 증액 액수인 3천7백여억원보다 배 이상 많았다. 요청 금액을 밝힌 의원들 중 우리당 서갑원 의원(전남 순천)이 가장 많은 4천억원 이상의 증액을 신청했고, 한나라당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2천억원대의 지역구 사업 예산을 요구, 뒤를 이었다.
◇어떤 사업들인가=우리당 예결위원이자 조정소위원인 서갑원 의원은 지역구 여수·순천지역을 지나가는 국도 17호선에 자동차 전용도로 관련 사업에 5백88억원의 사업비를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광주~완도간 고속도로 조사비에도 정부 배정 금액 외에 97억원을 늘려달라고 했다.
우리당 예결위원인 이광철 의원(전북 전주·완산을)도 전주 서남권 국도 대체 우회도로 예산에 90억원을 증액 요청했다. 정부안이 이미 올해(6천4백35억원)보다 7.4% 많은 6천9백10억원을 배정했지만, 추가지원을 요구한 것이다.
한나라당 예결위원인 주성영 의원(대구 동갑)은 역시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의원과 함께 대구 화물중계역 설치 사업에 1백30억원 규모의 추가예산을 요구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기?=예결위원들은 “지역 예산에 대해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는다면 표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내는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요청한 사업을 스스로 심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 중론이다. 경실련 윤승철 정책실장은 “예결위원들이 나라 살림을 심의하는 게 아니라 지역구 예산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예결위 상설화로 기능을 분산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선·이지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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