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심상정 의원, 16대 국회 관광성 해외 연수 실태 고발
미디어다음/ 심규진 기자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이 국회 교섭단체의 관광성 해외 연수 실태를 고발하고 나섰다. 심 의원은 8일 “관광성 해외 연수로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왔던 국회의 해외 연수 실태를 파해쳐보니 상임위원회 국회의원 연수 뿐아니라 국회의원을 보좌하거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교섭단체 정책 연구원, 보좌진 등의 해외 연수도 알맹이 없는 관광성 외유에 그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이 국회 사무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2003년 배정된 국외여비 2억원 가운데 교섭단체정책연구위원 단기해외연수에 3400여만원, 보좌직원 단기해외연수에 1억2200여만원, 의회 및 정당운영제도 시찰에 3600여만원이 집행됐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 국회정책연구위원들이 지난 해 3월 14일부터 28일까지 다녀온 미국 연수 일정을 살펴보면 나이아가라 폭포,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헐리우드, 비버리힐즈 등의 일정으로 짜여져 연수 목적과 전혀 상관없는 관광지 여행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외연수보고서도 형식적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수보고서 내용이 방문 국가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들로 채워져 있다. 연수 과정에서 느낀 점이나 향후 정책반영 과제 등은 빠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지난해 3월 한나라당 원내 행정실은 만세절벽 관광, 새섬 관광, 가라판 관광 등으로 짜여진 사이판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관광지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함께 “투명하고 눈부신 백사장은 사이판의 절정. 스노클링, 수영, 낚시, 피크닉, 제트스키 등을 즐김”이라는 내용이 전부다.
심지어 방문날짜와 방문자 이름만 바꾼 똑같은 보고서도 있었다. 지난해 7월과 12월 민주당 정책 연구위원들은 두 차례에 걸쳐 호주 시찰을 다녀왔다. 두 개의 보고서들은 그러나 날짜와 이름만 바뀐 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 같은 내용으로 채워져 해외 연수 보고서가 형식적으로 작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한나라당 국회 정책연구위원 시찰팀이 지난 해 3월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온 뒤 국회에 제출한 시찰보고서는 사실상 ‘여행소감기’ 수준이었다. 표지까지 포함, 모두 13쪽에 이르는 보고서 가운데 6쪽은 미국과 캐나다 방문지의 인상기에 지나지 않았다. 4쪽 반 분량의 시찰후 소감도 ‘법을 존중하는 시민정신과 금연’과 ‘합리적인 행동과 배려하는 마음’ ‘건전한 시위문화’ ‘알링턴 한국참전 기념비 참배와 한국의 반미’등의 내용으로 의회 발전이나 정책 개선에 도움되는 내용은 사실상 전혀 없었다.
한편 지난 해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민주당 정책연구위원들의 현지 시찰보고서는 두 보고서의 내용이 거의 똑같았다. 12월 시찰팀이 두 군데 더 많은 일정을 소화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내용만 추가됐을 뿐 이외에는 보고서의 형식 및 순서, 구체적 내용과 표현까지 똑같아 사실상 7월 보고서의 완벽한 ‘재탕’이었다. 보고서 내용은 복지제도 시찰 소감 및 양 국민의 한국 이미지, 환경과 교육 이민자 증가, 와이라케이 지열발전소 등으로 구성해 한나라당 보고서보다 ‘격식’을 갖추긴 했다. 하지만 큰 글씨로 불과 3~4쪽 정도밖에 안 되는 형식적인 보고서라는 점에서는 한나라당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고서 내용도 현지에서 수집한 자료에 기초한 심도 있는 분석이라기 보다는 “남성보다 여성에 대한 복지제도가 잘 구축돼 있는 점은 인상적”이라는 등 인상비평기에 가까웠다. 세 팀의 보고서 가운데 한나라당의 보고서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워싱턴 DC>
워싱턴 DC에는 8000만점에 이르는 자료를 가진 스미소니언 박물관 외에 국립항공우주박물관, 국립자연사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미국역사박물관 등 볼거리가 너무 많았지만 시간 제약상 자연사박물관에서 인류의 발생과 자연의 신비로운 역사를 보는 것을 만족하였다.
<뉴욕>
볼만한 곳으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맨해튼의 하늘 높이 솟아 있었는데 1929년 착공돼 1931년 완공된 뉴욕을 대표하는 건물이라 한다. 86층까지 단 1분에 올라가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뉴욕의 대광경이 펼쳐진다. 전망대에서 보면 남쪽으로는 다운타운 금융가의 고층 빌딩 숲과 자유의 여신상, 북쪽으로는 록펠러 센터, 센트럴 파크, 서쪽으로는 허드슨강과 뉴저지, 동쪽으로는 유엔 빌딩과 롱 아일랜드 등이 보인다고 하는데, 우리가 방문한 당일에는 허든슨강의 짙은 안개와 흐린 날씨로 좋은 광경을 보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
<나이아가라 폭포>
미국과 카나다의 국경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한마디로 자연의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중략) 나이아가라 폭포는 가까이서 보면 너무 웅장하기에 멀리서 보아도 좋았다. 인근의 ‘스카이론 타워’에서는 넓은 시야가 펼쳐져 나이아가라 폭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다.
<라스베가스>
도박도시라기보다는 관광도시 같이 꾸며진 이 곳을 보면서 오히려 건전하게 쉴 수 있는 것 같이 보였고, 통상 알려진 도박도시라는 느낌보다는 오락과 여유로 일상을 벗어나 도시인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랜드캐년>
그랜드캐년을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거대한 스케일을 파악할 수 없고 지상에 있으면서 지상을 초월한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수 없을 것 같다.
<로스앤젤리스>
LA의 볼거리로는 역시 헐리우드와 유니버셜스튜디오였는데, 이것은 미국의 힘이 단순히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여유가 함께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비벌리 힐즈>
북쪽 비벌리 힐즈는 최고급 주택 중심으로 잭 니콜슨, 워렌 베티, 해리슨 포드의 저택이 있으나, 스타들이 사는 대저택은 대중 앞에 드러나기 싫어하는 것과 안전상 이유로 접근하기는 쉽지 않으나 승용차로 지나가며 투어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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