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은 피고인에게 묻지 마세요.”(강형주 판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강형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사건 공판은 증인으로 나온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독무대’였다. 이 의원은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 섰음에도 마치 검사처럼 신광순 전 철도공사 사장 등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져 재판부와 방청석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1월 신씨를 만난 적이 있냐”는 검사 신문에 “신 사장이 인사차 찾아왔기에 유전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대답한 뒤 갑자기 뒤를 돌아보고 “사장님, 맞죠”라며 되물었다.

증인석 뒷자리 피고인석에 전 철도공사 사업개발본부장 왕영용씨, 하이앤드 대표 전대월씨와 나란히 앉아 있던 신씨는 순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법정에서 증인이 피고인을 ‘신문’하는 보기 드문 광경에 방청객 일부가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

이 의원이 공판 내내 이런 태도를 반복하자 결국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묻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

이 의원은 검사의 신문에 “첫째는, 둘째는”하며 길게 대답하다 “그것들도 나중에 다 물어볼 테니 이 질문에만 대답하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의 변호인은 왕씨와 허문석(인터폴 수배)씨가 3년 전 인도네시아 철광석 채굴사업을 함께 추진한 ‘동업자’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