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개특위가 중앙선관위의 선거사범에 대한 자료제출요구권과 금품 향응제공자에 대한 출석요구권 등을 없애는 것을 다수 의견으로 채택했다는 신문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데 저녁 나절 다시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와 하루 종일 답답했던 가슴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런 방향으로의 선거법 개정 의도는 혹시라도 입으로는 정치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국민의 등뒤에서 입법권이라는 권력을 휘둘러 선거 환경을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속셈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어떻게 한나절 사이에 입장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는지 아직은 어리둥절한 기분이다. 더구나 지금 이 시간에도 선거법 개정이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시민단체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보면 불안감과 답답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어쨌든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석 달 앞으로 훌쩍 다가왔다. 정치권의 불법 대선 자금문제가 몇 달째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고 그로 인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도 어느 때보다 깊어진 것 같다. 이런 상황의 연장 선상에서 치뤄질 총선에 대해 시민들은 벌써부터 불안하다. 한 편에선 삼보일배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정치권의 잘못을 사죄한다는 우스꽝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선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으면서 교묘하게 선거법을 개정,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이중성을 버리지 않고 있는 현실은 그들의 몰염치가 여전히 유권자들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오늘 우리 사회의 끝없는 갈등과 혼란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그들이 모를 리 없건만 또 다시 입법권을 휘둘러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기도는 현 상황에 대한 그들의 인식이 얼마나 안이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필연적으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정치라는 이름의 인프라가 하루 아침에 몰락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무릇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사사로운 소속 집단의 이해나 권력에 대한 사욕에서 벗어나 진정 나라를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으면 한다. 그것만이 혼란의 극치에 다다른 현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선거에서 입으로만 개혁을 부르짖으며 불법과 부정으로 당선을 획책하는 무리가 있다면 설령 그들이 가진 권력으로 선거법을 교묘하게 개정해낸다할지라도 결국 차가운 국민의 심판대 위에 서게 될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1003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