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1)씨는 자신이 발행하지도 않은 2억 3000만원짜리 어음을 받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도 모른 채 김씨는 부도를 막기 위해 사방 팔방으로 돈을 구하러 다녔지만 결국 회사는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말았다.
김씨는 “회사에 날벼락이 내린 것은 주거래 은행이던 국민은행의 백모 지점장이 거래 회사의 명의를 도용해 수표를 발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점장 백씨가 부도 한 달 전인 9월쯤 보관용 수표로 당좌 2매와 어음 7매, 총 9매를 지점에 맡기도록 권유하긴 했지만 명판과 인감을 건네 주지는 않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그러나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이 회사의 예전 명판과 인감으로 수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씨가 이런 식으로 수표를 발행해 부도를 낸 액수는 16억원이 넘었다.
사건의 여파로 김씨의 회사는 업계와 금융권에서 매장 당하게 됐다. 모든 금융 거래가 단절됐고 법인카드는 물론 이사진의 통장과 개인카드까지 모조리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법인명의로 된 차량도 모두 회수당했다. 계약을 맺은 거래처에는 업무중단과 계약파기로 인한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형편이다. 직원들은 모두 짐을 쌌고 40 여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생계 유지마저 불투명해졌다.
사건의 주범인 지점장 백씨는 검찰에 구속 기소됐고 다른 직원 2명도 대기발령과 감봉 조치를 받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김씨는 은행 측이 책임있는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처럼 은행의 잘못이 분명하고 그 잘못에 의해 거래 고객 기업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은행측은 빠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좀 더 기다려 보라며 무조건 회피만 할 뿐입니다. 심지어 2억 3000만원짜리 어음이 돌아왔을 때 부도를 막기 위해 그 돈만이라도 급히 대출을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국민은행은 나 몰라라 했습니다. 법대로 하라는 거에요.”
김씨는 “변호사를 고용해 손해배상을 하려고 해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에 달하는 소송비를 감당할 수 없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장의 비리 때문에 멀쩡한 기업 하나가 무너졌는데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어디 무서워서 은행 거래 할 수 있겠습니까? ”
그러나 은행 측은 “아직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 시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백씨가 직위를 남용해 수표를 발행한 것은 맞지만 백씨가 김씨도 수표 발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김씨는 인감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수표를 발행하도록 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점장과 김씨 사이에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낱낱히 밝혀지기 전에는 은행측이 손해배상을 해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의 글은 미디어다음에 난 기사입니다. 법대로 하자 라는 국민응행의 말은 마치 깡패가 내뱉는 말과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역시나 그렇듯 법은 약한자에게는 저만치 멀리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힘들게 일군 기업이 무너진 뒤 배상받은 2억, 3억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IMF를 거칠 때 읽은 기사 중 도덕성 해이가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라는 사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기의 위치에서 도덕적으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일하지 않아 사회 곳곳에서 부실이 만연화되어 지금의 경제 위기가 왔다라는 자성론에서 나온 사설이었습니다.
국민은행이 상식적으로 자기 은행의 지점장의 범죄로 인해 한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면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잘잘못은 그 후에 따져도 되고 일단은 피땀어린 기업의 유지를 위해서는 은행 나름대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관계가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어떠한 보상도 할 수 없다라는 것은 일의 경과가 어떻든 자신들은 조금의 손해도 볼 수 없다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법대로 해라. 하지만 아무리 다르게 생각해도 저 중소기업 사장님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저한테나 법은 아주 멀리 있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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