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홍정민기자] 시중 은행들이 금융감독원이 지도한 자동화기기 관련 수수료는 인하하는 대신 금감원이 언급하지 않은 수수료는 인상을 추진, 금감원 지도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은행들은 금감원 지도에도 불구,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
20일 금감원과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3월말 ▲수수료 부과시점 연장 ▲타행이체 송금수수료 인하 ▲추심수수료 폐지 등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조정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맞춰 가장 먼저 국민은행이 평일 ATM기기 수수료 부과시점을 현행 오후 5시 30분에서 30분 연장하기로 했다. 또 10만원을 초과하는 당행기기 이용 타행계좌 이체 및 타행기기 이용 계좌이체 수수료를 200원 내리고 사회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20% 할인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달말부터 일부 외화송금수수료를 인상키로 했다. 거래금액의 0.1%만 부과하던 송금수수료를 구간별로 차등화, 2만달러 이상의 거액 거래고객을 제외하고 사실상 송금수수료를 올리는 셈이다.
우리은행 역시 5~6월중 자동화기기 관련 수수료를 일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자동화기기 현금인출 수수료 부과 시점을 오후 5시에서 6시로 한시간 연장하고 10만원 초과 타행이체 수수료는 1500원에서 1300원으로 200원 인하하기로 했다.
또 금액에 따라 차등부과하던 자기앞수표 추심 수수료를 전액 폐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다음달 9일부터는 인터넷전용통장을 제외한 통장의 인터넷뱅킹 타행이체 수수료를 500원에서 6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다만 인터넷전용통장의 경우 고객 유치를 위해 500원에서 300원으로 인하해 연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일부터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영업시간외 자동화기기 당행계좌 현금인출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고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 대해서는 5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었다.
이에 반해 다음달 16일부터 현행 2000원인 증명서 발급수수료를 3000~ 5000원으로 인상하고 담보물건에 대한 자체감정 수수료는 2만~5만원에서 3만~1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또 회계법인에 발급되는 은행거래 조회서는 5000원에서 5만원으로, 현재는 수수료가 없는 주택담보대출 이외의 한도약정 대출금에 대해 7월부터는 한도약정액의 0.5%를 수수료로 부과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역시 조만간 금감원 지침에 따라 일부 자동화 기기 수수료를 인하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지난해말과 올초 타행과 보조를 맞추는 차원에서 미화 국내타발송금액, 주식납입보관증명서, 회계법인의 은행조회서 등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인상했었다.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역시 오는 5~6월부터 평일 자동화기기 수수료 부과 시간을 오후 5시에서 6시로 1시간 늦추고 타행이체 수수료는 1300원에서 1200원으로 100원 인하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는 무료였던 인터넷전용예금인 블루넷저축예금의 타행이체 송금수수료를 올해부터는 고객등급별로 300~500원을 부과하고 있다.
한편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출시 이후부터 타행 ATM기기 이용 수수료 면제 혜택을 부여해왔던 `e-자유예금`에 대해 지난달 말부터는 월 2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도한 수수료 면제 혜택으로 예금 수익성이 우려된데 따른 조치다.
수수료 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데 대해 시중 은행들은 "우리도 할 말은 있다"며 볼멘 소리다. 자동화기기 수수료의 경우 원가 수준에도 못미치는데다 금감원에서도 수수료 수입비중 확대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
또 금감원이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칼을 빼들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인위적으로 한 분야의 수수료를 내리게 되면 결국 다른 부분에서 보전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각 은행 수수료관련 담당자들에게 자동화기기 등의 수수료를 인하할 것을 계속 권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금감원 발표가 있기 전 대부분의 은행들이 수수료 인상계획을 갖고 있었을 정도로, 현재 수수료가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71680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