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韓銀 보고서
[매일경제 2005-08-17 07:32]
◆위기의 한국은행 / ② 한국은행 독립 아직 먼 길◆
외부에서 한국은행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민간연구소들은 일단 한은 조사 국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퇴색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은 조사국이 내놓은 보고서는 정부는 물론 시장에서도 최고 권위를 인 정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간연구소들이 약진하고 있는 반면 한은 조사국 보고서에 대한 주목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보고서를 쓰면 결재 과정에서 '빨간펜'으로 자구를 수정하느라 2~3주가 지나가는 사례가 허다하다"며 "그때는 이미 민간경제연구소들이 수많 은 보고서를 내놓은 뒤"라고 말했다.
한은 조사국 위상이 떨어진 원인과 관련해서는 우선 전문인력 육성에 대한 노 력 부족이 꼽혔다.
모 국책연구기관 박사는 "선진국 중앙은행을 보면 실무부서마다 경제현안에 대 한 핵심적인 분석을 많이 내놓고 이 자료에 높은 신뢰와 가치를 둔다"며 "한은 은 외환위기 후 조사연구인력을 제대로 육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 박사는 "한은은 우수한 보고서라도 정부정책에 반하는 내용 은 외부공개를 꺼린다"며 "이는 내부 조직을 갈수록 움츠러들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아쉬워했다.
한은 내부적으로 전문가를 육성하는 풍토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한은은 99년부터 전문성 제고를 위해 업무내용을 기준으로 조사ㆍ통계, 통화신 용정책, 외환ㆍ국제금융, 금융서비스, 경영관리 등 5개 직군으로 분류해 인력 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한은 노조 설문조사 결과 직군제 폐지를 선호 하는 비율이 70%에 달했다. 폐지 이유도 '전문성을 기르기가 어렵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선호직군에서 일하는 직원은 선민의식 때문에 은행 화합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 이 때문에 직군간 정보 교류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내부적인 인사 적체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한은 본점 내 실ㆍ국장 자리는 30 여 개에 불과하다. 지역본부와 국외사무소를 포함해도 50여 개 이다. 이 자리 를 노리는 2급 승진 예정자는 몇 배에 달한다.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때문에 정부기관과 대부분 공공기관이 실시하고 있는 다 면평가조차 도입되지 않았다. 현재 인사와 관련된 시스템은 하향 평가가 유일 하다. 따라서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상명하복적인 조직문화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노영우 기자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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