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금융보험비리 > 3명중 2명 무자격…불법 채권추심 ‘활개’

불법 채권추심(금융회사의 의뢰로 빚을 대신 받아주는 것) 행위가 판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 중인 채권추심원의 3명 중 2명이 채권추심 자격·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전체 채권추심원 3만2천여명 중 2만3천여명은 채권추심원으로서 아무 자격과 권한이 없는 가운데 추심 영업을 하고 있다.

이들 2만3천여명은 신용정보 이용·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허가한 채권추심 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소속되지 않은 사람들로 금융회사의 용역 계약직원이다.

지난 4월 수원지방법원은 “용역계약에 의한 채권추심 행위는 신용정보의 오·남용과 불법 채권추심 행위를 촉발시키기 때문에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무자격 채권추심원을 정규직으로 흡수하거나 계약을 해지해야 하지만, 전자의 경우 인건비가 급증해 어렵고, 후자의 경우는 채권추심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에게 ‘불법적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용역계약을 맺은 채권추심원은 1,500여명으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해 이들을 정식직원으로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용역계약직이 담당하는 채권은 대부분 악성 채권이어서 이들이 없으면 채권회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기존 용역계약은 인정하되 채권추심원 등록제를 도입하고, 특정 금융회사에 전속해 영업하도록 하면서 불법행위는 금융회사가 책임지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슷한 내용의 의원입법이 채무자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어 사실상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불법영업’을 계속하고, 감독당국은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채무자들만 빚독촉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채권추심원들이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무리하게 빚 받아내기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ㄱ양(19)은 최근 ㅇ카드사 채권추심원들로부터 곤욕을 치른 뒤로 집에 혼자 있는 게 두렵다.

지난달 27일 저녁 7시40분쯤 채권추심원 2명이 집으로 찾아와 혼자 있던 ㄱ양에게 어머니 이름을 대며 “계속 연락도 안 되고 찾아와도 만날 수 없으면 불시에 문을 따고 들어올 수 있다”고 협박조로 말한 뒤 돌아갔다.

ㄴ씨는 최근 싸이월드에 만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닫아 버렸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추심원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내 게시판에다 “빚 갚으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ㄴ씨 친구에게 쪽지를 보내 채무사실을 알려주며 갚도록 도와달라고 하는 바람에 주변 사람 대부분이 ㄴ씨가 연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무자격 채권추심원들로 인해 빚독촉을 받는 서민들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특히 금융감독당국은 무자격 채권 추심원을 무분별하게 채용하는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치용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