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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짝퉁 사이트' 신종 금융사기

1000만원 인출 피해 사고 … 국내 첫 발생
금융계선 '쉬쉬' … 금감원은 이미 경계령

40대 직장인 이봉태(가명)씨는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서 '은행 예금잔액이 1000만원 이상 있는 고객에겐 그 돈의 10배를 빌려준다'는 게시글을 보았다. 큰돈이 필요했던 그는 이 글을 올린 A사이트로 들어갔다. A사이트는 대출알선을 상담해 주면서 "개인 신용정보를 체크해야 한다"며 거래은행 사이트로 가도록 했다.

이씨는 이 사이트에 올려져 있던 금융기관 리스트에서 자신이 거래해온 B은행을 클릭했고, 평소 보았던 은행 홈페이지가 나오기에 별 의심 없이 개인 정보를 입력했다. 며칠 뒤 자신이 들어간 은행 사이트는 가짜였고, 자기 계좌에서 1000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2000만 명이 넘게 쓰는 인터넷 뱅킹서비스의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 홈페이지와 거의 똑같이 만든 '짝퉁'사이트가 등장, '거액 대출 알선'을 미끼로 개인 정보를 빼내는 것은 물론 예금을 불법으로 인출해 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다수의 가짜 사이트를 만드는 수법 자체가 신종 사기인 데다, 예금 인출 피해가 발생한 것도 국내 처음이다. 그럼에도 금융계는 이런 사실을 '쉬쉬'하고 있고, 피해자에겐 개인 부주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주재성 복합금융감독실장은 16일 "최근 가짜 사이트 사기 피해가 여러 건 발생해 금융계에 경계령을 내렸다"며 "경찰 수사 중이라 정확한 내용과 건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건당 최대 피해 규모가 1000만원이 넘고 피해 사례도 지난달 이후 네 곳 이상에서 발생하는 등 사건이 확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짝퉁 사이트는 해외 서버를 경유해 범인 추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관계자는 "특정 사이트를 가짜로 만들어 개인 정보를 빼내는 이른바 '피싱'에 비해 이번 사기는 다수의 짝퉁 금융사이트를 만들어 돈 인출까지 한다는 점에서 더 악랄해진 새로운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원호.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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