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정보이용료가 부과되는 060 유료전화인 것을 교묘하게 숨기는 방법으로 고객들의 전화를 유도한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급전이 필요하던 조모씨는 지난해 8월 자신의 휴대전화에 걸려 온 한통의 전화에 귀가 솔깃했다.
전화 상대방은 신용불량자 등에 대해서도 대출이 가능하다며 '0609-003-XXX'라는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그리고는 전화를 걸었을 때 안내멘트가 나오면 시간이 길어지니 바로 0이나 1을 눌러 회사 상담원과 연결, 대출 안내를 받으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기까지 했다.
이에 조씨는 바로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건 뒤 알려준 대로 상담원과 통화를 했다. 상담원은 대출 알선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참을 설명한 다음 조씨에게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직장 상호나 주소, 동거인 유무는 물론이고, 대출에 그다지 관련이 없을 듯한 자녀나 배우자에 관한 정보까지 꼬치꼬치 캐물었고, 조씨는 꼬박꼬박 대답했다.
조씨가 상담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을 때 통화 시간은 24분 가깝게 찍혔다. 그러나 바라던 대출은 성사되지 않고 조씨에게 돌아온 것은 고액의 요금이 적힌 전화 요금 명세서였다. 1390초간의 정보이용료로 4만9500원이 청구된 것.
뒤늦게 속은 것을 깨달은 조씨는 이 전화번호로 대출상담을 한 J사를 고소했고, 검찰의 수사 결과 J사의 '잔머리 굴리기' 사기 수법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J사는 '060' 유료전화라는 것을 숨길 목적으로 텔레마케터나 생활정보지 광고 등을 통해 '060-900-3XXX' 를 '0609-003-XXX'이라고 안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30초당 1000원의 정보이용료 안내 멘트까지 고객들이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 바로 0,1번을 눌러 상담원과 연결되게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방법으로 J사는 지난해 1월부터 그 해 9월까지 총 2만8400명으로부터 7억9200만여원의 정보이용료를 챙겼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6일 이 회사 대표 이모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안모씨 등 이 회사 임원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J사의 060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었을 경우 안내 멘트가 54초나 이어지며, 정보이용료 안내는 거의 끝부분에 언급됐다"며 "따라서 전화를 건 고객들은 대부분 정보이용료 안내를 듣지 않고 숫자 버튼을 눌러 바로 상담을 받았으며, 정보이용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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