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언제 뽑나요" "수위 시켜 주세요" 한국은행에 근무하는 운전기사와 경비원 연봉이 평균 6000만원대이고 최고 9100만원에 이른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한은 게시판에는 네티즌들이 올린 비난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특히 청원경찰, 운전기사 등 단순업무 종사자에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노했다. 개중에는 "한국은행 수위라도 시켜달라"는 애교섞인 비아냥도 적지 않다. 일부 언론에서 조차 "경비.운전 등 단순 반복 업무에 이처럼 큰 보수를 책정하는 것은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행 현직 경비원이 `연봉 1억원짜리 운전기사와 경비원`의 진실을 알리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경비원은 "한국은행에는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이라는 두가지 경비직이 있다"며 자신은 그중 특수경비원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특수경비원은 외부 용역회사에서 파견근무를 하는 사람들로 일반 은행의 청원경찰보다 보수가 조금 높다"고 설명했다.
이 경비원은 "2006년 현재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의 비율은 4대6 정도인 것으로 안다"며 "점차 청원경찰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얼마 후에는 전원 외부용역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특수경비원은 연봉 2500만원~3000만원 정도를 지급받고 있다. 한은의 경비원이나 운전기사 평균 연봉이 6000만원대라는 감사원 감사결과와는 매우 큰 차이다. 감사원이 근속기간이 1년 이상인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연봉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현재 청원경찰에 결원이 생길 때마다 아웃소싱으로 대체해 특수경비원을 늘려가고 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특수경비원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남아 있는 정규직 청원경찰이 고령화되면서 이들만의 1인당 평균임금은 오히려 더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규직 청원경찰에 비해 크게 낮은 급여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경비원은 고액 연봉을 받는 청원경찰을 옹호했다.
그는 "연봉 9000만원이니 1억원이니 하는 급여는 사실 근무 경력이 25년이상이 되어야 가능하고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분들이나 받는다"며 "물론 경비직으로서는 많은 급여인 것이 확실하지만 평생 경비직을 업(業)으로 살아온 사람들이고, 70~80년대 입사해 지금까지 일해온 몸값이라 치면, 좀 많긴 하지만 그보다 조금 낮은 임금 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히려 자신의 동료나 마찬가지인 시중은행 청원경찰들이 지나친 박봉에 시달리는 현실을 개탄했다. 월급을 받아 용역회사에 이것저것 떼이고 나면, 손에 쥐는 건 한달에 100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 그는 "경비원이 없다면 은행은 범죄에 무방비상태에 놓인다"며 "너무 많은 급여도 문제지만 너무 적은 급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비원은 "전문성이 없고 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은데도 고액 연봉을 받는다"는 비난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이나 선진국에서는 보안 서비스가 경찰보다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하며, 이들의 봉급이 정규 직원보다 오히려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한은의 청원경찰과 특수경비원들은 매년 사격훈련과 대테러훈련, 진압훈련을 하고, 요즘 입사하는 청원경찰들은 경찰특공대 수준의 정예 특수부대 출신이 대부분"이라며 "특수경비원도 무술 고단자들이고 각종 경비장비와 컴퓨터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수경비원으로 비록 적은 봉급이지만 그래도 식구들과 알뜰하게 쓰며 잘 살고 있다"며 "불만도 많고 속상한 일도 태반이지만, 국민들의 소중한 돈과 시설물을 밤낮없이 지키며 나름대로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은행 뿐아니라 연봉 높다는 은행이나 공기관 용역경비원 같은 또 다른 비정규직의 눈물이 없기만을 간절히 바란다"며 "한국은행에는 놀고 먹으며 고액연봉 받는 사람도 있지만, 열심히 제 몫을 하며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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