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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위반 걸릴때마다 보험료 10%씩 할증

내년 9월 시행위해 지난 5월부터 이미 누적 "범칙금·벌점에 보험료 할증까지" 불만 쏟아져 소비자연맹 "국민서명 운동이나 기관 고발할 것"

교통 범칙금을 낼 경우 자동차보험료가 내년 9월부터 대폭 할증되는 데 대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주무 부서인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고, 보험소비자연맹은 ‘반대 서명운동’과 관련 기관 고발을 검토 중이다. 관계 당국과 시민단체·자동차보험 가입자간 큰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서울 압구정동에서 음식점을 하는 강모(59)씨는 매일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음식 재료를 사온다. 강씨는 최근 같은 장소에서 세 차례 신호 위반 범칙금 7만원을 부과받았다. 현재 보험료를 1년에 100만원 내는 강씨는 그러나 내년 9월부터 30% 할증된 130만원을 내야 한다. “보험료가 오른다는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강씨는 “그게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내년 9월 이후 신호 위반, 속도 위반, 중앙선 침범 등을 한 차례 하면 10%, 두 차례 20%, 세 차례 이상이면 30% 보험료가 할증된다. 이미 지난 5월부터 교통법규 위반사항이 누적되고 있지만 이를 아는 운전자는 많지 않다. 지금까지는 두 차례 이상 위반하면 보험료가 5% 할증됐다. 금융감독원은 “2000년 9월부터 교통법규 위반 여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할증하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법규 위반시 할증률이 너무 낮아 교통사고 예방에 기여하지 못해 이 방안을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청에 따르면 교통사고는 2000년 28만9865건에서 지난해 22만755건으로 줄고 있는 추세여서 금감원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보험료 인상으로 무보험 차량만 증가시키는 데 일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4월 말 현재 건설교통부에 등록된 자가용 1429만대 가운데 86만8830대(6.1%)가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말 무보험 차량이 43만7695대였던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증가한 수치다.
보험소비자연맹은 급기야 지난 7월 말 경찰청에 “°개인별 교통법규 위반 정보를 민영 보험사측에 제공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정식 요청했다. 조연행 사무국장은 “이런 할증률이 적용되면 보험료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는 것을 운전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 국민적 서명운동을 하든지 관련 기관을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회사 관계자는 “교통법규 위반 정보를 받는 것은 보험업법에 규정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할증된 보험료만큼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이들이 할인 혜택을 받기 때문에 보험회사측의 이득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회사원 김용철(42)씨는 “범칙금과 벌점에다 보험료 할증까지 이중삼중 부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어려운데 운전자만 봉이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더구나 9~10월쯤엔 정비수가 인상으로 보험료가 최대 4.38%까지 오른다. 정비수가는 보험회사가 사고 차량을 수리하는 정비업체에 주는 돈이다. 보험회사들은 최근 평균 1~4%씩 보험료를 인하, 가을 인상을 코 앞에 둔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동차보험료에서 부담하는 연간 1300억~1500억원의 정부 보상사업비가 많은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그 중 매년 400억~560억원이 잉여금으로 남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돈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근거해 교통사고 피해자 유자녀와 피부양 가족 지원 등 각종 보상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과거엔 징수율이 자동차보험료의 2.17%였으나 1999년 8월 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4.4%로 높아졌다. 지난 3월 말 보상사업비의 누적 잉여금이 2179억원. 2000년 298억원에 비해 7.3배나 급증했다.
소비자보호원 김기범 보험팀장은 “보험회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쉬운 방법만 택하지 말고 사업비 절감, 효율적 경영 등 다른 방법은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란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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