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서민대출’ 과잉홍보 눈살
일본 스미토모은행 창구 한편에 있는 여러 대의 현금자동인출기(ATM) 중에는 이 은행 것 외에 대부업체 것도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은행과 대부업체가 제휴해 설치한 것이다. 은행은 우량고객이 아닌 고객으로부터도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고, 대부업체는 은행의 공신력을 부분적으로 활용해 영업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업방식은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라 해서 비난받고 있다고 한다.
서민맞춤대출 안내서비스 사이트인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이란 것이 있다. 금융감독원 주도로 지난해 12월 만들어졌다. 대출이 필요한 사람은 이곳에서 약 320개 금융회사와 대출상담을 할 수 있다.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을 위한 대출중개서비스다. 불법 사채업자나 미등록 대부업자에게 무작정 돈을 빌렸다가 자신과 가정이 파탄나는 상황을 금융감독 당국이 예방하는 것이니 고마운 일일 수도 있다.
320개 금융회사 중에는 저축은행 48개, 대부업체 32개 등도 포함돼 있다. 금감원이 ‘검증한’ 32개 대부업체도 다른 대부업체와 마찬가지로 이자는 연 66%를 받는다. ‘이지론’을 통해 여기서 돈을 빌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 이선근 본부장은 “이지론을 통한 이런 한번의 대출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이르는 첫발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상 금리의 10배에 이르는 고금리를 감독당국이 알선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금감원은 오는 12일부터 시중은행 지점에서 서민맞춤대출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3,000원 상당의 무료이용권(이지론을 이용하려면 가입비 3,000원을 내야 함)을 배포할 계획이다. 지난 설에도 그랬다. 이지론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동시에 있고 아무리 좋은 일도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법이다. 이지론보다는 불법추심을 막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어쨌든 은행에다 무료이용권을 뿌리는 ‘마케팅 행사’까지 벌이는 것은 일본의 예를 생각나게 해 다소 씁쓸하다.
〈안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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