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나라당 집권을 막겠다고?”
한, 북‘집권저지’ 신년사에 ‘발끈’…“반민족 선동행위 중단하라”
2007-01-02 14:13:46
2일 한나라당 새해 첫 회의가 열린 국회 원내대표실. 참석자들의 대선승리를 다짐하는 굳은 결의가 이어진 뒤 일부 의원들이 ‘발끈’했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한나라당의 집권을 노골적으로 막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북한이 대선 개입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라며 “상호 내정 불간섭을 위배한 것이자 대선에서 이른바 북풍 변수가 또다시 개입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맹성토했다.
그는 이어 “북한 당국은 이러한 책동이 명백한 내정간섭이며 남북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우리국민은 이러한 책동에 속을 만큼 어리석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즉각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도 “북한의 대선개입에 경고한다”며 “북의 대선개입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유기준 대변인은 현안브리핑에서 “북한의 한나라당 집권을 막기 위한 부당한 대선개입과 반민족적 선전선동행위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며 “인권유린과 핵실험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북한이 남한의 대선까지 간섭하는 것은 주제넘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 2007년 대선도 북한의 타깃?
북한이 선거를 앞두고 개입을 시도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때마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타깃’이 됐다.
대선 전초전으로 인식되던 지난해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남조선 동포형제들에게 고함’을 통해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미국에 추종하는 ‘전쟁머슴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며 진보진영에 대한 투표를 독려했다.
아울러 ‘386간첩단 사건’조사과정에서 북한은 장민호씨와 ‘일심회’ 조직원들을 통해 5.31 지방선거 개입 지령까지 내렸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또한 북한은 지난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 탄핵 사건이 발생하자 조평통을 통해 “민심에 칼을 박은 정치반란”이라며 한나라당 등 야당에 비난공세를 펼친 바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대선후보를 겨냥 ‘친일전력’을 기정사실화해 맹비난을 쏟았다.
2007년도 마찬가지. ‘대선의 해’가 밝자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나라당 집권을 막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의 승리가 대북정책의 변화를 가져와 자신들에게 극히 불리한 정세가 초래되는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나라, 모든 공작에 ‘대비 또 대비’
실제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대선에 여권이 쓸 깜짝카드는 무엇이라고 보느냐’고 물은 여론조사에서 24%의 의원들은 ‘남북정상회담’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북한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빅3’는 한목소리로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선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대선에 대한 모든 공작에 대해 준비하고 막아내겠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손에 대선이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국회·정부·선거관리위원회 등 국가기관이 강력 대처해야 한다”면서 “‘정치공작 당선자 당선무효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대선승리의 결의를 다졌다.
김 원내대표는 2007년 대선의 ‘5대 공작’ 가운데 “북한의 대선개입”을 꼽으며 “표심을 왜곡해서 대통령이 되는 대선은 지난번으로 끝내겠다. 다시는 정치공작에 당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치공작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 중”이라며 “대선 결과가 국민에게 공정하게 투영될 수 있게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정형근 의원은 지난해 10월 “북한은 우리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북한의 내년 대선 개입이 명백한 상황에서 한나라당과 대선후보에 대한 사이버, 실제 테러 가능성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대선승리를 위해 여권의 ‘깜짝카드’와 북한의 선거 개입 등에 대비한 ‘4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한 이를 각 대권진영에 제공해 선거 전략에 차질이 없도록 돕는 다는 계획이다.
[이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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