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일본 문부과학성은 고등학교 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중학교 해설서의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결국 독도를 지켜내는 것은 협정을 통해서이다. 축구에서 아무리 패스를 잘하더라도 마지막 공격수가 골을 넣어야 이기듯이 말이다.

그런데 1999년에 맺은 한·일 어업협정은 어렵게 패스해온 공을 문전에서 허공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어업협정에서 논란이 되는 세 가지 중요한 조항들을 살펴보자. 우선, 어업협정 9조는 독도 주변의 바다를 좌표로 표시해서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구역으로 설정하였다. 문제는 독도를 제외한다는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협정문에는 서로 상충되는 조항들도 들어가 있다. 협정문 제1조는 "이 협정은 대한민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과 일본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적용한다"이며, 제15조는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도 어업에 관한 사항 외의 국제법상 문제에 (예를 들어 영토문제) 관한 각 체약국의 입장을 해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이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리송하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영토를 바탕으로 해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해양 영토와 관련이 없을 수 없는 것 아닌가? 왜 상반되는 문구가 같은 협정 안에 들어 있을까? 협정 당사자들은 한 협정문에 상충 조항을 둔 채, 각자 자기 나라에 유리한 조항에 방점을 찍어 국민들을 설득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협정문 조항 9조를 15조와 연결시켜서 협정을 해석하고 있다. 협정문 9조에서 독도 주변 해역을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구역으로 설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협정은 영토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이 협정과 상관없이 독도는 우리의 영토이기 때문에 독도 근해 12해리 이내는 한국이 독점적인 어업권을 가지며 독도 영유권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물론 15조를 근거로 한 설명이다. 그러나 협정문 어디에도 독도 주변 12해리 이내를 공동관리구역에서 제외한다는 표현은 없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독도 영유권에 관한 설명은 숨은 그림 찾기이다.

한국 정부의 해석을 따르더라도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주장은 독도 섬만 우리 땅이면 된다는 얘기인가? 우리 국민들이 독도의 영유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독도라는 섬 자체뿐만 아니라 독도 주변의 해양 영토에 대한 권리 때문이기도 하다. 독도 주변 해역을 공동관리구역으로 두고 독도 섬만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소극적인 태도이다.

반면에 일본은 어업협정을 어떻게 해석할까? 일본은 합의문 1조와 9조를 바탕으로 어업협정이 EEZ, 즉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관련된 협정이라고 이해할 것이다(1조). 또한 독도 주변 12해리 이내를 제외한다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일본은 독도를 한국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협상 결과가 애매할 때는 상대방 입장에서 해석해 보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목표는 독도를 한국과 공동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지금 일본은 마지막 한 걸음만 남겨 놓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한국 정부의 해석을 따르더라도 일본은 독도 섬과 주변 12해리 이내에는 아직 접근 못하지만, 독도 12해리 바깥은 한국과 공동으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섬에만 상륙하지 못한 셈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한·일 어업협정은 언제라도 파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어업협정은 하루빨리 파기하고 재협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