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죄의 개혁
듣자 하니 별 황당한 소리가 들리네요. 한나라당의 10분의 1만 썩는 게 개혁이랍니다. 정작 누구보다 강하게 이걸 비판해야 할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하는 얘기가 고작 이겁니다. 이러니 당이 썩을 수 밖에 없지요. 지지자들이 이렇게 쿨 하게 이해해주니, 당이 안심하고 썩는 거죠. 정말 그게 떳떳하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열린우리당은 선거 캐치 프레이즈로 "10분의 1만 썩겠습니다"라고 내걸 일입니다.
"부패정치 청산"이라는 플래카드를 보니,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열린우리당 여러분, 여러분은 청산의 주체가 아니라 청산의 대상입니다. 문법적으로 주어와 목적어도 구별이 안 되나 봐요. 측근비리와 불법자금으로 특검과 청문회가 걸려 있는데, 국민들 앞에 그런 플래카드를 내걸겠다는 용기는 어디서 난 걸까요? 원래 그 플래카트에는 이런 구절을 적어넣어야 하는 겁니다. "국민 여러분, 부패해서 죄송합니다."
10분의 1의 비결?
10분의 1을 졸지에 윤리적 미덕으로 바꿔버린 저들의 도착증적 성향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네요. 어디 노무현이 10분의 1만 받고 싶어서 그것만 받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주체적으로, 적극적으로 기업들 쫓아다니며 손 벌린 거 아닙니까? 노무현이 10분의 1 밖에 못 먹은 것은 그가 남보다 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뭐랄까, 의욕은 있는데 힘이 안 따라준 것으로 봐야 합니다. 노무현은 돈을 받고 싶었고, 또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낸 겁니다.
정치에 물 대는 대기업들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을 선호해 왔습니다. 지배층의 인맥이 그렇게 형성되었거든요. 그래서 저들은 "5년만 기다리자"고 했던 겁니다. 민주당 정권이 곧 사라질 것이라 보았던 거죠. 그래서 돈줄이 이회창 쪽에 집중된 겁니다. 그리고 노무현 쪽에는 최소한의 보험만 들어놓았던 것이지요. 이건 노무현의 덕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득권층의 인맥 분포의 문제일 뿐이지.
게다가 노무현 지지율이 바닥을 헤메자, 대기업들은 이회창에 맘놓고 '올인'을 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어, 다시 노무현 지지율이 오르자, 부랴부랴 그쪽에 물대려고 했던 것이구요. 하지만 이미 늦었지요. 목돈은 이미 이회창 캠프로 흘러들어갔거든요. 기업이라고 불법 자금 빼돌리는 거, 어디 쉽겠어요? 그제서야 긁어모아봤자, 때는 이미 늦었지요. 그래서 노무현이 10분의 1 얘기하는 겁니다.
부패의 필연성
열린우리당의 진성당원의 수가 얼마나 되지요? 2000원짜리 당원들 10만이 있어야, 한달 2억입니다. 100만이 있어야 20억입니다. 이거 가지고 열린우리당, 그 많은 입들을 먹여살리겠어요? 불가능하지요. 앞으로 선거자금 긁어내는 것은 어려워질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의원들이 평소에 개인적으로 일상적으로 긁어먹는 돈입니다. 세비만 갖고 지역구 관리가 됩니까? 당연히 안 되지요.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나옵니까? 누군가 내줘야지요. 근데 어느 미친 놈이 열린우리당에 목돈을 내놓습니까? 뭔가 바라는 게 있지 않고서는... 그래서 그 넘들 뒤봐주다 보면 청탁 전화를 해야 하는 거고... 노무현씨도 여기저기 청탁전화질 해 왔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부패정치 청산" 아무리 내 걸어도, 부패는 필연적인 것입니다. 당장 총선 끝나고 몇 달만 지나보세요. 남들 가는 대로 얼떨결에 뽕에 도취했던 자신들이 부끄러워질 겁니다.
그 난리를 치는 노빠들도 선거 때나 돈 내놓지, 언제 평소에 당에 들어가 일상적으로 당비 내며 활동하려 합니까? 이 친구들, 그 안에 한번 들어가서 그 당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이미 개혁당에서 유시민 따라 들어갔던 사람들은 열린우리당의 본질을 본 모양이더군요. 아마도 확 깨는 경험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노빠들에게 늘 권고하는 겁니다. 너그들이 지지하는 당에 직접 들어가서 그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라고. 지지를 해도 그 다음에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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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누리(www.jinbonuri.com)에서 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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