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약간 각색하였습니다)

언론에 호소합니다. 저의 집 안뜰을 찍어 주세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아니 동물소서 호소합니다. 아무리 동물보다 못한 놈이지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의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로 찍어대니 아무도 돈을 가져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이들도, 친척들도, 친구들도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제가 구속되는 장면이 신문에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나오는 게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마 해설도 함께 붙겠지요.

오래 되었습니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지요. 제가 돈을 먹을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제가 명패를 던질 때는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런 상황을 불평할 처지는 아닙니다. 제가 저지른 죄 때문이니까요..

저는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생활도 사라졌습니다. 동물원의 원숭이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자유, 마당을 걸을 수 있는 자유, 이런 정도의 자유도 없습니다. 죄인이니까 당연하죠.

저에게는 지금 아무런 자유가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큰 죄를 지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집 뒤쪽 화단에 나갔다가 사진에 찍혔습니다. 잠시 나갔다가 찍힌 것입니다. 저는 철창에 갇힌 원숭이 신세입니다.

24시간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청와대에서 돈 먹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어제는 비가 오는데 아내가 우산을 쓰고 마당에 나갔다고 또 찍혔습니다. 비오는 날도 지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대못질한 기자들이 찍어대고 있습니다.

방 안에 있는 모습이 나온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커튼을 내려놓고 살고 있습니다. 저희는 완전히 철창에 같힌 동물 신세입니다.

먼 산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보고 싶은 사자바위 위에서 카메라가 지키고 있으니 그 산봉우리를 바라볼 수조차 없습니다. 죄인이니 이런 고통을 감수해야죠.

이렇게 하는 것은 동물에게도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저는 동물만도 못하니까 당연하지요.

제가 대못질한 언론에 부탁합니다.

제가 방안에서 비서들과 대화하는 모습, 안 뜰에서 나무를 보고 있는 모습, 마당을 서성거리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다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니 계속 찍어 주세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아니 철창에 같힌 원숭이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의 안마당을 찍어 주세요.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을 빼앗아 가 주세요. 동물만도 못한 놈이니 이런 고통을 감수해야죠. 

<노무현의 인터넷 글 원문>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

언론에 호소합니다. 저의 집 안뜰을 돌려주세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부탁합니다. 그것은 제게 남은 최소한의 인간의 권리입니다.

저의 집은 감옥입니다. 집 바깥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가 없습니다.

저의 집에는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카메라와 기자들이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친척들도, 친구들도 아무도 올 수가 없습니다. 신문에 방송에 대문짝만하게 나올 사진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상한 해설도 함께 붙겠지요.

오래 되었습니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지요. 이런 상황을 불평할 처지는 아닙니다. 저의 불찰에서 비롯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사생활은 또한 소중한 것입니다.

창문을 열어 놓을 수 있는 자유, 마당을 걸을 수 있는 자유, 이런 정도의 자유는 누리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지금 이만한 자유가 보장이 되지 않습니다.

카메라가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에는 집 뒤쪽 화단에 나갔다가 사진에 찍혔습니다. 잠시 나갔다가 찍힌 것입니다.

24시간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어제는 비가 오는데 아내가 우산을 쓰고 마당에 나갔다고 또 찍혔습니다. 비오는 날도 지키고 있는 모양입니다.

방 안에 있는 모습이 나온 일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커튼을 내려놓고 살고 있습니다.

먼 산을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보고 싶은 사자바위 위에서 카메라가 지키고 있으니 그 산봉우리를 바라볼 수조차 없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사람에게 너무 큰 고통을 주는 것입니다.

언론에 부탁합니다.

제가 방안에서 비서들과 대화하는 모습, 안 뜰에서 나무를 보고 있는 모습, 마당을 서성거리는 모습, 이 모든 것이 다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는 것일까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의 안마당을 돌려주세요. 안마당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자유, 걸으면서 먼 산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자유, 최소한의 사생활이라도 돌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