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건평 “‘같은 까마귀’니 부탁 들어달라”
정대근 전 농협 회장은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가 여러 번 세종증권 인수 여부를 물었지만 청탁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공판 중 건평 씨가 정 전 농협 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건평 씨와 정화삼 형제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 전 회장에 대한 신문에 나선 검찰은 "노 씨가 정 전 회장에게 '같은 까마귀니 가급적 부탁을 들어주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검사가 "같은 까마귀라는 말은 처음 듣는데 고향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정 전 회장은 "(노 씨가) 그런 말을 썼는지는 생각이 잘 안 나지만 (경상도에서는) 고향 사람이라는 말로 많이 쓰긴 한다"고 답했다.
이날 검찰은 정 전 회장을 상대로 노 씨가 세종증권 인수를 청탁한 경위를 물었다.
정 전 회장은 "노 씨가 전화로 2차례에 걸쳐 세종증권 측을 만나보라고 했고 이후 롯데호텔에서 1차례 직접 만나 일의 진행 경과를 물었다. 2005년 중순 노 씨 소개로 세종캐피탈 김형진 회장도 만났지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명함만 받고 바쁜 척을 하며 바로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노형이 다시 전화를 해와 '왜 얘기를 안 들어주나. 다시 찾아갈 테니 얘기를 잘 들어 달라'고 했고 김 회장과 홍기옥 세종캐피털 사장 등이 찾아와 '농협의 증권사 실사에 저희도 참여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덧붙였다.
정 전 회장은 그 뒤로도 노 씨가 수차례 전화를 더 걸어와 증권사 인수 과정에 대해 물어왔으며 서울 시내의 한 호텔 로비에서 따로 만나 이 문제를 얘기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친형처럼 가까운 사이라 이런 저런 얘기를 했을 뿐 청탁은 없었다. 만나 주라고 해서 예의상 만나 준 것이고 난 비상근 회장으로 실무진이 검토한 결과대로 따라 하는 거지 내가 증권사 인수에 전혀 영향력 행사할 위치 아니었다"며 청탁을 들어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회장은 또 "노형(건평씨)이 사람이 너무 좋아 이 사람 저 사람 얘기를 듣고 쓸데없는 (청탁) 전화를 많이 해 솔직히 이번에도 또 누구 꼬임에 빠져 부탁을 받았구나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며 "노형은 대통령인 동생보다 날 더 아꼈을 만큼 우린 각별해 부탁이야 안 들어줘도 부담이 없는 사이"라고 말했다.
"노 씨로부터 농림부 장관직을 제의받은 적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정 전 회장은 "열린우리당이 전국구 의원 자리를 제의하기에 대통령 형인 노형한테 정치를 안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노형이 지나는 투로 '무슨 정치냐. 장관은 몰라도'라고 말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회장은 정화삼 씨에 대해서는 "정 씨가 2005년 초 농협 직원과 함께 회장실로 찾아왔지만, 증권사 인수 얘기는 안 꺼냈고 본인이 만드는 봉황무늬 찍힌 골프공을 선물로 주며 판매해 달라는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봉황은 대통령을 상징해 청와대가 봉황무늬 찍힌 골프공을 제작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에, 봉황 골프공이 아닌 태극 무늬 골프공을 건넸다"말해 봉황 골프공을 두고 설전 벌어지기도 했다.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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