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착잡하셨죠?
저도 그랬답니다.
어떻게 버텨온 시간이었는데 이를 악물고 '대선승리'하나만 바라고
여기까지 왔는데--이럴 수가 하는 답답함이 온 세상에 외마디 비명이라고 지르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울산 필승대회를 내려가는 공항에서 이회창 전 총재의 탈당과 출마기자회견을 지켜봤습니다.
비상한 관심을 갖고 그러나 '이번에도 또 안되나?'하는 허탈함과 초조함속에 담배를 피워무는 이도 있었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의 탈당 기자회견을 바라보며 선거가 얼마나 참혹한 게임인가를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그리고 이제 한나라당이 지난 날 그렇게도 노력했던 '대국민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걱정됐습니다.
이제 그는 한나라당 당원이 아닙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대통합무슨당'이 되어도 도로 열린 당이듯
이회창 전 총재도 여전히 '한나라당'이란 '출생의 과거'가 따라다닐 것입니다.
그에 대한 연민 안쓰러움을 털어내는 것도 괴롭습니다.
그러나 더 괴로운 것은 이제 국민들앞에 보여줄 한나라당의 '이전투구'할 것이 뻔한 사실상 '제 2의 경선'의 모습입니다.
한나라당의 지난 경선은 명분과 정통성 그리고 적통성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훌륭하고 아름답게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제 2의 경선'은 아무런 명분이나 정통성이 없습니다.
오로지 권력에 집착하는 보수의 속내만 드러낼 것 같아 괴롭습니다.
'불안한 후보'이며 '경제만 잘하겠다는 후보'라며 이회창 전 총재는 '자신의 피붙이, 가족, 동지'를 매섭게 비난할 것입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른바 '대선 3수책임론'과 '차떼기 정당의 잔금'의혹을 제기할 것입니다.
국민들 눈에 어떻게 비취겠습니까?
우리의 비극이 저들에게는 입다물지 못한 호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국민들의 '정떼기'에단단히 기여할지 모릅니다.
오늘 김포공항에 도착해 잠시 본 저녁뉴스-
보수단체의 각각 다른 목소리라는 타이틀아래 격렬한 몸싸움과 절규하는 처절한 모습들이 비췄습니다.
한쪽에서는 대통령 이회창을 외칩니다.
혈서도 씁니다.
또 한쪽에서는 이회창의 가면을 쓴 이에게 계란을 던지는 퍼포먼스가 벌어집니다.
모두 다 눈을 질끈 감고 싶을 뿐입니다.
왜-이래야 합니까? 겨우 40일 남기고 온갖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회창 전 총재님-
바로 이것이 당신께서 진정으로 원한 2007년 11월의 모습이란 말입니까?
우회상장, 마라톤에 뛰어든 단기 주자. 그리고 불운을 부르는 제 2의 경선-정말 당신이 원한 것이 '정권교체'맞습니까? 아니 당신의 '아름다운 마무리'입니까?
디지털시대, 고령사회에서는 노후의 성공이란 '얼마나 아름답게 물러나느냐'에 있다고 이어령선생은 말했습니다.
왜 시대착오적인 노후를 선택하셨는가? 이 전총재는 우리 모두의 가슴에
못을 박고 피멍이 들게 했습니다. 이것 역시 치밀히 준비하신 것입니까?
2007년 11월 7일
국회의원 전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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