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후 황당한 경우를 당해서... 여기에도 글 남깁니다. ===========================================================
저는 청와대 바로 옆동네에서만 20년을 넘게 살아왔습니다.
대통령만 해도 7명이나 이웃사촌을 두었네요.
그전에는 꿈도 못 꾸었지만, 김영삼 정부 이후 청와대 앞길이 개방되면서..
청와대 앞길은 늘상 다니는 길이 되었고, 언제나 지나다녔습니다.
검문검색이야 오랫동안 늘 있어왔던 일이라 이젠 신경이 무뎌져서 어디가냐고
물을때 집에 간다고 하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자전거 타고 바깥을 다녀오고 돌아오는 길에 청와대 앞길을
통해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옛 진명여고 자리 근처에서 한 분이 역시나 묻더군요.
"어디가냐고?"
당연히 "집에 갑니다" 하면서 지나쳤는데, 저를 붙잡더군요.
왜 묻는데 자전거를 멈춰 세우지 않느냐고?
이 길은 특수지역이라서 검문검색에 응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래서 얘기했지 않냐고 그랬더니...
어디사냐고 묻더군요. 집에 간다는데 어디 사는 것은 왜 묻냐고 했더니...
이 지역이 다 당신 집이냐고 그러더군요.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더 이상 물을것도 대답할 것도 없었는데...
그런데 이 아저씨 갑자기 생뚱맞게 자전거 타고 인도로 다닐 수 있냐고,
저보고 차도로 다니라고 그러더군요. 인도로 다니면 사람이 다칠까봐 위험하다면서...
그래서 차도는 차가 다니니 위험해서 인도로 다닌다고 제가 얘기 했더니
그 아저씨 말하길 지금 인도로는 못 지나가고 차도로 가서 자전거 타지 않을거면,
자전거 타고 다니지 말라고 그러더군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 무슨 무지막지한 경우입니까?
차도로 가지 않을거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말라니...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대통령 사는 곳이 자전거를 타고 인도로 다니지 못할 만큼 그렇게 특수한 경우입니까?
대한민국 일반 국민보다 더 특수한 분이 대통령인가 보죠?
그렇다면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주던가. 자전거 도로는 만들어주지도 않으면서...
우리나라처럼 자전거 타고 다니기 불편한 곳도 없을 겁니다.
그 분 또다시 얘기는 인도는 사람 다니는 곳이고. 자전거는 차도로 다니는 거라고
도로교통법에 나와 있으니 법대로 하라고 하네요. 안 그러면 딱지 뗄 수도 있다고...
갈수록 가관이더군요.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자전거 타고 지나는 할어버지와 손녀가 되는 것 같은 어린이가
각각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길래...
법대로 형평성있게 하자면 저분들도 못 지나가게 해야 하고 특히 어린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차마이니 차도로 다니게 해야 되겠군요 했더니... 자기는 지금
나하고 얘기하고 있으니 딴 사람 걸고 넘어가지 말라고 하면서 내 몸이 두개냐고 하더군요.
고유가 시대에 그것도 더운 여름에 편하게 차 끌고 나갈 일도 웬만해서는 자전거
끌고 다니는 국민에게 이럴 수가 있는 겁니까? 그것도 그 앞에서 5분만 직진하면
집이 나오는 지역 주민에게 말입니다.
자전거가 지구를 살리는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것을 모르는 건가요?
청와대가 있는 특수 지역 지키는 분들 노고를 모르는 바 아니나, 지역 주민이 집에
가기 위해서 지나가는 것을 잡는 것도 그렇고, 특수지역이라고 불법 검문검색하는
것도 그렇고 - 그 분 제게 처음부터 소속과 이름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제게 자전거 타고 다니지 말라고 얘기하는지,
누가 누굴 계도 한다는 것인지... 그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 우습고 기가 찰 뿐입니다.
도로교통법 운운하는 - 경찰관은 아니고 경호원같은데 - 그 분을 비롯해서 청와대 분들.
먼저 법을 지키는 솔선수범을 보이셔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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